꽃무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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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무릇
성영희
무리를 지으면 쓸쓸하지 않나
절간 뜰을 물들이며 흘러나간 꽃무릇이
산언덕을 지나 개울 건너
울창한 고목의 틈새까지 물들이고 있다.
여린 꽃대 밀어 올려
왕관의 군락을 이룬 도솔산 기슭
꽃에 잘린 발목은 어디에 두고
붉은 가슴들만 출렁이는가
제풀에 지지 않은 꽃이 있던가
그러니, 꽃을 두고 약속하는 일
그처럼 헛된 일도 없을 것이지만
저기, 천년고찰 지루한 부처님도
해마다 꽃에 불려나와
객승과 떠중이들에게 은근하게
파계를 부추기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어느 화사한 말이든
무릇을 앞 뒤로 붙여
허망하지 않은 일 있던가
꽃이란 무릇, 홀로 아름다우면 위험하다는 듯
같이 피고 같이 죽자고
구월의 산문(山門)을 끌고
꽃무릇, 불심에 든 소나무들 끌고 간다.
2018 <문학의 오늘> 겨울호
성영희
무리를 지으면 쓸쓸하지 않나
절간 뜰을 물들이며 흘러나간 꽃무릇이
산언덕을 지나 개울 건너
울창한 고목의 틈새까지 물들이고 있다.
여린 꽃대 밀어 올려
왕관의 군락을 이룬 도솔산 기슭
꽃에 잘린 발목은 어디에 두고
붉은 가슴들만 출렁이는가
제풀에 지지 않은 꽃이 있던가
그러니, 꽃을 두고 약속하는 일
그처럼 헛된 일도 없을 것이지만
저기, 천년고찰 지루한 부처님도
해마다 꽃에 불려나와
객승과 떠중이들에게 은근하게
파계를 부추기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어느 화사한 말이든
무릇을 앞 뒤로 붙여
허망하지 않은 일 있던가
꽃이란 무릇, 홀로 아름다우면 위험하다는 듯
같이 피고 같이 죽자고
구월의 산문(山門)을 끌고
꽃무릇, 불심에 든 소나무들 끌고 간다.
2018 <문학의 오늘> 겨울호
댓글목록
임기정님의 댓글
저 역시 꽃무릇에 지치는줄 오르고 시 속을 뛰어다녔습니다.
보면 볼수록 탐이나 는 꽃무릇 말고 시요
성영희 시인님 팬 다녀갑니다.
은은함에 흠뻑 취해
어질
성영희님의 댓글의 댓글
끝없이 펼쳐진 꽃무릇 사이를 걷다보면
무릎이 둥둥 떠 있는 것 같기도 했지요.
왕팬 시인님 고마워요.^^
서피랑님의 댓글
무릇, 무릇, 무릇,
같이 피고 같이 죽자고 ...
시가 참 묵직합니다..
성영희님의 댓글의 댓글
그 붉던 맹세도 지금 쯤
동맹하듯 안거에 들었겠지요.
꽃이란 무릇,
가장 강하면서도 연약한 것^^
문정완님의 댓글
갈수록 능청이 압권입니다 즐감하고 갑니다
성영희님의 댓글의 댓글
늙음이란 능청만 느는 계절인가 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