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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을 수배합니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최정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4건 조회 944회 작성일 19-04-01 10:57

본문

골목을 수배합니다


 최정신



처음 걸음마를 
 세상으로 나가는 통로를 가르쳐 준 골목이었어요


 밥 짓는 냄새가 그윽한 굴뚝이 구름을 복사하고
 모퉁이마다 키다리 아저씨처럼 내려다보던


 전봇대가 온갖 바깥소식을 전하고
 찹쌀떡, 메밀묵이 야경을 돌고
 채송화, 분꽃, 과꽃, 코스모스가 계절을 데려다주었어요

 
 고무줄놀이로 근육을 키웠고
 땅따먹기로 보폭을 키우기도 했어요


 담 밑에 기대 서러움도 달랬고
 첫사랑을 빙자해 입술도 훔쳐 갔어요


 처마 낮은 집들이 옹기종기 된장찌개 냄새를 날리며
 이마를 맞댄 창가에

 

 구절양장 낭만이 깜박이던
 백열등 따스한 불빛은 어디쯤 있을까요


 주차금지 팻말에 서정을 빼앗긴 골목


 어느 날 굴착기란 괴물이 들이닥쳐
 골목이란 골목은 죄다 부수고 박살을 냈어요
 골목에서 은혜를 입은 아이들이
 자본주의 맹신자가 되어 골목을 배신했어요


시대가 집어삼킨 골목을 수배합니다  



계간『시선 19년 봄호,


댓글목록

이종원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봄이 뒤늦게 바람난 꽃샘 추위에도 아랑곳없이 치근덕 대는 게 분명합니다.
여기저기서 시샘하듯 피어난 꽃들의 아우성 속에서도 사라진 골목의 수배전단이 또 한 번 치근덕댑니다.
그러나 모른 척 치근거림에 넘어가렵니다. 봄도 골목도 너무 화창하고 포근한 4월이니까요...

최정신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최정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계절도 침해가 ...ㅎ
절기는 봄인데 체감은 겨울이네요
추위는 나의 천적이라서...

따뜻한 마음으로 놓아준 댓글로 마음이 녹습니다.

서피랑님의 댓글

profile_image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골목은 김진수시인님이 모두 데리고 간 게 분명합니다.
고무줄 놀이 하던 최정신시인님을 빨리 돌려 주시길,,,,
화창한 봄..
꽃처럼 피우시던 웃음이 생각납니다,

오영록님의 댓글

profile_image 오영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봄이 보자면 못이기는 척 함 보여주면 되죠
난 봄에 치근거려도 봄이 못 본 척 합니다.
고뿔만~~~

임기정님의 댓글

profile_image 임기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 역시 수배합니다
담벼락에 쓰여있던 옥이
그 옥이가 보고싶은날 입니다
날 버리고 가서 잘 살고 있겠지만
그래도 그으래도 아직까정 생각남미다
옥이야
내맴 알쥐
훌쩍

성영희님의 댓글

profile_image 성영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사라진 골목을 수배하는 마음이 애잔합니다.
골목하고 불러보면 녹슨 대문부터 갈라진 벽틈사이로 피어나는 민들레까지
온갖 애환들이 살아서 꿈틀거리며 걸어나오는 것 같아요.
지금은 벽화나 예술 작품으로 새롭게 탄생하는 골목도 많은데
자본주의가 집어삼킨 골목은 현상금을 붙여도 공개수배를 해도
찾을 길이 없겠습니다.

최정신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최정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러고 보니 골목의 추억은 무궁무진
나열해도 끝이 없을 거 같네요
요즘 아이들에겐 생소한 풍경일테니
허섭한 글로라도 남겨 두어야 할 유물이 되었네요.

金富會님의 댓글

profile_image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골목....이라는 어감은...예전에 다정한 그리움의 향수 같았는데...
이제는 막다른 골목이라는 부정의 어감이 더 강해지는 것을 보니...
나이를 먹긴 어디로든 먹었나 봅니다.
선생님의 좋은 작품 잘 감상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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