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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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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527회 작성일 23-05-28 14:24

본문

인아야

                                   /장 승규



어느 절마당에 들어서는

갓난 개구리 한 마리

너라 하자


너는 어디서 왔느냐?


인아야

이 세상에 너는 원래 없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인자 중에

인자와 인자가 만나

네가 생겨났다

오랜 기다림 가운데였다


엄마와 아빠가 만남도

네가 생겨난 그 인자와 그 인자의 만남도

이를 인연이라 하자

새 생이다


생로병사를 

네가 겪을 또 다른 변화라 하자


사는 

다시 인자로 돌아가는 것이다

돌아가서

다시 어느 인연을 기다리는 것이다


어느 인자는 개구리로

어느 인자는 뱀으로

어느 인자는 인연을 못 만나 그냥 그대로


어느 절마당을 나가는

늙은 개구리 한 마리

너라 하자


너는 어디로 가느냐? 



(봉은사에서 2023.4.14)

댓글목록

장승규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감상문: 생과 인연, 그리고 순환의 시 – 장승규의 〈인아야〉를 읽고
장승규 시인의 〈인아야〉는 단순한 한 편의 동화 같지만, 그 안에는 불교적 세계관과 깊은 존재론적 통찰이 서려 있는 작품이다. 절마당을 무심히 드나드는 한 마리 개구리를 통해, 시인은 ‘생의 시작과 끝’을 철학적으로 묻고, 나아가 우리가 ‘존재’라 부르는 것의 본질을 조용히 들여다본다. 이 시는 문득 태어난 모든 존재에게 건네는 작고도 큰 깨우침의 말, 혹은 하나의 경전처럼 읽힌다.

“어느 절마당에 들어서는 / 갓난 개구리 한 마리 / 너라 하자”
시인은 생명을 이야기하기 전에 ‘너’라는 대상부터 먼저 세운다. 절마당이라는 공간은 이미 성찰과 초월의 장소이며, 그 안에 ‘갓난 개구리’라는 생명이 등장함으로써 생의 순환이 시작된다. 이 개구리는 단지 한 마리의 개구리가 아니다. 그것은 모든 생명의 상징이며, ‘너’는 곧 독자 자신이 된다. ‘너라 하자’는 이 시의 핵심적 시적 장치다—타자를 나로 받아들이고, 모든 존재를 나의 일부로 인식하게 만든다.

“인아야 / 이 세상에 너는 원래 없었다”
이 대목은 존재론적 충격을 준다. ‘너는 원래 없었다’는 선언은, 우리가 태어났다는 사실 자체가 얼마나 놀라운 우연이며 필연인지 깨닫게 한다. 존재는 필연이 아니라, 인자의 결합에서 생겨난 일시적 형태라는 진실. 그러나 이 부정에서 곧 긍정이 따라온다.

“수많은 인자 중에 / 인자와 인자가 만나 / 네가 생겨났다 / 이를 인연이라 하자 / 새 생이다”
이 구절은 불교적 인연론(因緣論)을 바탕으로 한다. 인연이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조건과 만남의 조화 속에서만 발생하는 생명의 기적이다. ‘인자’라는 유전적 언어를 통해 과학의 현실을 끌어들이되, 그 만남을 '인연'이라는 영적 개념으로 끌어올린 시인의 언어는 정교하고도 따뜻하다. 인간의 생도, 짐승의 생도, 모두 인연이 만든 하나의 ‘결과’이며, 그것은 거룩하다.

“생로병사를 / 네가 겪을 또 다른 변화라 하자”
삶과 죽음을 사건이 아니라 변화로 보는 인식은 불교의 핵심 사유다. 삶도 죽음도 통과하는 하나의 과정이며, 그 안에서 우리는 ‘있는 듯 하다가 다시 없는 듯’ 사라져간다. 그러나 그 사라짐은 소멸이 아니라 다른 인연을 기다리는 상태다.

“사는 / 다시 인자로 돌아가는 것이다 / 돌아가서 / 다시 어느 인연을 기다리는 것이다”
이 부분은 시의 철학적 정수가 가장 압축된 구절이다. ‘사는 것은 돌아가는 것’이라는 정의는, 죽음에 대한 위로이자 생에 대한 겸허함의 선언이다. 우리는 고정된 존재가 아니며, 끊임없이 흩어지고 다시 모이는 존재다. 그리고 그 모임은 반드시 인연을 필요로 한다. 다시 말해, 우리는 타인 없이는 생겨날 수 없고, 살아갈 수도 없다는 진리다.

“어느 절마당을 나가는 / 늙은 개구리 한 마리 / 너라 하자 / 너는 어디로 가느냐?”
마지막은 순환의 구조를 완성한다. 이제 너는 ‘들어오는 개구리’가 아니라 ‘나가는 개구리’다. 태어났던 개구리가 이제 늙어 절을 나간다. 그 시간은 흐르고, 생은 이어진다. 하지만 질문은 여전히 남는다—너는 어디로 가느냐?
이 질문은 단지 물리적 방향을 묻는 것이 아니라, 존재의 다음 행선지를 묻는 말이다. 누구도 명확히 대답할 수 없지만, 모두가 가야 하는 길. 그리고 시인은 묻는 것으로 시를 끝맺음으로써, 그 질문을 독자에게 넘긴다.

마무리
〈인아야〉는 생명과 인연, 존재와 죽음을 다루면서도 결코 무겁지 않다. 오히려 시종일관 따뜻하고 너그럽다. 시인은 개구리 한 마리를 통해 생명의 작음과 우주의 크기를 한꺼번에 보여준다.

이 시는 우리에게 말없이 묻는다:
“너는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
그리고
“지금 네가 있는 이 순간, 그건 어떤 인연 덕분인가?”

그 질문 앞에서 우리는, 문득 절마당에 들어선 개구리처럼 멈춰 서게 된다.

제어창님의 댓글

profile_image 제어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갓난 아이는 보는 것 자체로 힐링 되는 시간을 주곤 합니다
구체적인 육아에 들어가면 힘들 때도 있겠지만 잠시 잠깐 보는 것은
귀여움 자체라고나 할까요
저도 손자 손녀가 생기면 엄청 잘 해줄 자신이 있는데 언제 생길 지
멋진 할아버지 아래 태어난 인아는 행운아 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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