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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당신의 단골집은 안녕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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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389회 작성일 24-04-19 13:45

본문

(시인의 눈으로 본 천자만평)


당신의 단골집은 안녕하십니까?


글/ 김부회 시인, 문학평론가


  단골이라는 말은 특정한 가게나 거래처 따위를 정해놓고 늘 찾아가는 곳이라고 사전에서 이야기한다. 하지만 사전적 정의의 배후엔 단골이라는 이름이 가지는 또 다른 무게가 숨겨져 있다. 그 무게의 이름은 情이라는 말이다. 단골집이라면 음식점도 있고, 오래전 마을 입구에 있던 점방도 있을 것이며, 지금은 이름조차 희미한 전파사도 있을 것이다. 음식점이라면 맛을 떠나 사람의 정을 듬뿍 느낄 수 있는 곳이며 낡은 외상장부도 있는 집일 것이다. 마을 앞 점방은 늘 잔기침을 하던 영감님이나 넉살 좋은 아주머니가 푸짐하게 덤을 주는 곳이었으며,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어간 수다를 떠는 마을 사람들의 안식처와 같은 곳이었다. 전파사는 낡은 스피커를 통해 지금은 잊힌 가수의 노래를 공짜로 들려주던 곳이었으며 듣고 싶은 음악을 녹음해 놓은 카세트 테잎을 팔기도 한 곳이다.


어쩌면 단골집은 단골이라는 이름으로 세상과 세상을 연결해 주는 가교와 같은 것이기도 하며 사람과 사람이 만나 소주 한 잔 기울이며 세상사를 논하던 철학이 파생된 곳이라는 생각도 든다. 세상이 변하고 사람이 변하고 사람들의 삶에 대한 방식이 변하면서 하나둘, 단골집이 사라져 갔다. 외상이라는 말은 구시대의 유물이 되었으며 덤은 덤이 아닌 덤이 되어버렸다. 이젠 전자제품이 고장 나면 버리고 새로 산다. 수리하는 시간이나 비용이 더 든다는 말이 진리가 된 느낌이다. 그 많던 단골집들이 사라져간 자리에 패스트 푸드점이나 프랜챠이즈 음식점들이 들어서고 점방이 있던 자리는 편의점이 자릴 잡았다. 사람들은 더 이상 단골집의 어느 구석에 앉아 세상을 논하지 않고, 수다를 떨지 않고, 외상장부는 카드리더기에 밀려 불쏘시개가 되었다.


변화에 능동적이지 못한 세대는 구태의연한 노땅이라는 말로 대체되고, 키오스크에서 주문 한 번 하려면 뒷사람 눈치가 보여 머뭇거리기 일상인 세상. 간편하고 편리한 것이 좋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이전에 그것에 밀려 사라진 情이라는 단어를 생각해보면 암울하다. 정은 이익의 셈법이 아니다. 정은 베풀고 나누는 것에 목적이 있는 셈법이다. 정은 혼탁한 세상을 하소연할 수 있는 유일한 소통의 통로 였으며, 추운 겨울의 온기를 얻을 수 있을 가장 손쉬운 곳이었다. 가끔은 그 시절이 눈물겹게 그립다. 길거리에 멈춰서서 듣던 팝송과 지갑에 돈이 없어도 한두 끼쯤은 넉넉하게 때울 수 있는 외상이 그립고 단골집 주인아주머니와 아저씨의 푸짐한 웃음을 생각하다 보면 눈시울이 젖는다.


우리가 누렸던 낭만의 시대는 끊어진 영사기 필름처럼 사라져 버리고 생존과 경쟁이라는 쳇바퀴를 돌고 있는 현대인. 지금 당신의 단골집은 안녕하신지 묻고 싶다. 점방이든, 김치찌개 집이든, 전파사든, 아니면 마음속의 낭만이라는 단골집이든, 안녕하신가를 묻고 싶다. 댓가를 사고파는 곳이 아닌, 마음과 정을 사고파는 그런 단골집을 찾아 거리를 헤매본다.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막연하게나마 나를 찾아 나서 본다.


2024.04.16 김포신문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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