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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말을 맡겼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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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용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90회 작성일 19-09-30 12:46

본문

잠시 말을 맡겼을 뿐


성종의 숙부인 덕원군은 ‘국수’라 불릴 정도로
바둑을 잘 두기로 유명했다.
워낙 바둑을 즐겨서 누가 바둑에 능하다면
신분의 높고 낮음을 가리지 않고 대국을 했다.


하루는 누추한 옷차림의 군졸이
말을 끌고 찾아와서 말했다.


“저는 시골 군졸로 대감께서 바둑을 잘 두신다기에
상대가 돼 드릴까 하고 찾아뵈었습니다.”


“그래? 좋다.”


두 사람은 바둑판을 가운데 놓고 마주 앉았다.
군졸이 말했다.


“바둑에는 내기를 걸어야 제격이 아니겠습니까.
만일 소인이 이기면 많은 양식을 내려주시고
대감께서 이기시면 소인의 말을 가지시기 바랍니다.”


덕원군은 군졸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덕원군이 이겼다.


“소인은 적수가 안 되는군요. 약속대로 말을
두고 가겠습니다.”


“그저 지나가다 한 말인데, 어찌 내가 말을 빼앗겠나.
그냥 끌고 가게.”


“아닙니다. 어찌 대감과 한 약속을 어기겠습니까.”


결국 군졸은 말을 두고 덕원군의 집을 나섰다.
며칠 후 말을 잃었던 군졸이 덕원군을 찾아와 다시
한 번 내기 바둑을 두자고 청했다.
덕원군은 순순히 응낙했다.
그런데 지난번과는 달리 군졸의 실력을 도저히
당해낼 수 없어, 마침내 말을 도로 내주게 되었다.


“이제 보니 나로서는 도저히 당해 내지 못할 실력을
갖추고 있었군. 그런데 어째서 지난번엔 나한테 졌나?”


“사실 멀리서 오느라 말을 끌고 오긴 했으나
먹일 일이 난감했습니다.
그래서 잠시 대감 댁에 맡기기 위해 내기 바둑에
졌던 겁니다.
이제 볼 일을 마치고 돌아가게 되어 말을
찾아가는 것입니다.”


덕원군은 괘씸했으나 군졸의 영리함에
감탄하며 돌려보냈다.


출처 : 월간 좋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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