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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17세기 수녀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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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60회 작성일 18-11-20 10:56

본문


어느 17세기 수녀의 기도 
 
03시 반에 눈을 떴다.

한 동안 이불 속에서 뒤척거리다

리에서 일어나 책을 읽고,

부지런히 빨래를 갰다.

왜 잠이 안 올까?
곰곰 생각하니 어제 저녁 밥이 부실했기 때문이었다.
배가 고프면 잠이 오지 않는다.
게다가 감기 때문에 며칠 아침 운동도 하지 않았다.


추석 연휴에 여행을 다녀 온 뒤 감기가 슬며시

찾아오더니 몸살까지 겹쳤다.
아,내가 늙었구나! 빡빡한 일정도 아닌

여행이었는데 맥없이 아픈 게 그 신호다.

어느 17세기 수녀의 기도문을 적어 둔 기억이 났다.
서재로 왔다. 책상 앞에 앉아  노트를 펼쳐 음미한다.

주님, 주님께서는 제가 늙어 가고 있고 언젠가는
정말 늙어 버릴 것을 저보다도 더 잘 알고 계십니다.


저로 하여금 말 많은 늙은이가 되지 않게 하시고
특히 아무 때나 무엇에나 한마디 해야 한다고 나서는
치명적인 버릇에 걸리지 않게 하소서. 모든 사람의 삶을
바로 잡고자 하는 열망으로부터 벗어나게 하소서.


저를 사려 깊으나 시무룩한 사람이 되지 않게 하시고 남에게
도움을 주되 참견하기를 좋아하는 그런 사람이 되지 않게 하소서.

제가 가진 크나큰 지혜의 창고를 다 이용하지 못하는 것은 참으로
애석한 일이지만 저도 결국에는 친구가 몇 명 남아 있어야 하겠지요

.
끝없이 이 얘기 저 얘기 떠들지 않고

곧장 요점을 향해 날아가는 날개를 주소서.

제 팔다리, 머리, 허리의 고통에 대해서는 아예 입을 막아 주소서.
제 신체의 고통을 해마다 늘어 가고 그것들에 대해
위로받고 싶은 마음들은 나날이 커지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아픔에 대한 이야기를 기꺼이 들어 주는 은혜야
어찌 바라겠습니까마는 적어도 인내심을 갖고 참을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제 기억력을 좋게 해 주십사고 감히 청할 수는 없사오나
제게 겸손한 마음을 주시어 제 기억과 다른 사람의 기억과 부딪칠 때
혹시나 하는 마음이 조금이나마 들게 하소서.
저도 가끔 틀릴 수 있다는 영광된 가르침을 주소서,

적당히 착하게 해 주소서. 저는 성인까지 되고 싶지는 않습니다.


어떤 성인들은 더불어 살기가 너무 어려우니까요.
그렇더라도 심술궂은 늙은이는 그저 마귀의 자랑거리가 될 뿐입니다.
제가 눈이 점점 어두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겠지만
저로 하여금 뜻하지 않는 곳에서 선한 것을 보고
뜻밖의 사람에게서 좋은 재능을 발견하는 능력을 주소서.
그리고 그들에게 그것을 선뜻 말해 줄 수 있는 아름다운 마음을 주소서.
아멘.


이제 노인의 문턱에 들어선 나도 이 수녀님처럼 기도를 해야 한다.
나는 그저 심술궂은 늙은이가 되지 않고, 젊은이들이 하는 일에 참견하지 않으며,
내 신체의 아픔을 호소하여 위로 받지 않으려 한다. 나 외엔 아무도
내 아픔을 알지 못할 뿐더러 관심도 크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침묵하고 있어도 서로의 마음을 아는 친구 몇 명은 있었으면 좋겠다.
영화 보기를 즐기고, 먼 길 같이 걸을 수 있고,
가끔 술 한 잔 하며 넋두리해도 머리 끄덕이며 들어주고,
들꽃을 보고도 감탄하는 마음이 여린 친구. 그래도 가슴 저 밑바닥에는
진실과 정의에 대한 열정을 가진 친구를 가까이 두는 게 내 희망사항이다.

주님, 제 기도도 들어 주소서. 아멘.  ※ 정영애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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