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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디아포라(adiaphora)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김용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80회 작성일 26-02-23 16:04

본문

아디아포라(adiaphora)

‘아디아포라(adiaphora)’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리스어로 ‘대수롭지 않은 것’,
즉 “해도 좋고 안 해도 괜찮은 일”을 뜻합니다.

다시 말해, 인생에는 목숨 걸 필요가 없는 일들이
참 많다는 뜻입니다.

예전에 한 부부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남편은 경상도 사람, 아내는 전라도 사람이었습니다.

서로 다른 고향에서 자라 서로 다른 말을 쓰고, 다른
음식 맛에 익숙했지만, 서로 사랑해서 결혼했고, 그 사랑으로
매일을 다정히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저녁, 아내가 따뜻하게 삶은 감자를
식탁 위에 올렸습니다.

“여보, 감자 좀 드세요.”

남편은 아무 생각 없이 옆에 있던 하얀 그릇에 손을 뻗어
감자를 찍어 먹었습니다.
그런데 맛이 이상했습니다.

“아니, 이게 뭐야? 설탕이잖아!”
남편은 눈살을 찌푸리며 투덜거렸습니다.

“우리 경상도에서는 감자를 소금에 찍어 먹지,
감자를 설탕에 찍어 먹는 사람은 처음 봤네.”

아내는 그 말에 얼굴빛이 확 변했습니다.

“세상에, 소금에 찍어 먹는다고요?
우리 전라도에서는 감자를 설탕에 찍어 먹어요.
그게 얼마나 맛있는데요.”

사소한 한마디가 오해를 낳았고, 그 오해는
다툼으로 번졌습니다.
서로의 방식이 틀렸다고 주장하며, 감정이 격해졌습니다.
결국 남편은 “당신은 도대체 우리 집안이랑은
도저히 안 맞아.”라는 말까지 내뱉고 말았습니다.

그 한마디가 불씨가 되어, 두 사람은 끝내 이혼
법정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판사 앞에 선 남편은 한숨을 쉬며 말했습니다.
“판사님, 세상에 이런 일이 어디 있습니까?
감자를 설탕에 찍어 먹으라니요!”

아내도 지지 않았습니다.
“판사님, 세상에 감자를 소금에 찍어 먹는다는 말 들어보셨어요?
그게 더 이상하죠!”

판사는 잠시 두 사람을 바라보다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습니다.
“두 분 다 참 재미있으시네요.

감자를 소금에 찍든, 설탕에 찍든 무슨 상관입니까?
우리 강원도에서는요… 감자를 고추장에 찍어 먹습니다.”

그 순간, 법정 안의 공기가 잠시 멎었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았고, 어쩐지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그렇게 별것 아닌 일 하나가 한 가정을 무너뜨릴
뻔했던 것입니다.
우리는 살아가며 이런 ‘감자 이야기’를 수도 없이 겪습니다.

대수롭지 않은 일에 마음을 다치고, 별것 아닌 문제에
고집을 세우며, 내가 옳다는 이유 하나로 관계를
끊어버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감자를 소금에 찍든,
설탕에 찍든, 고추장에 찍든, 결국 감자는 감자입니다.

먹는 방식이 다를 뿐, 본질은 하나입니다.
그 다름을 인정하고, 그 다름을 이해하는 것이
바로 관용입니다.

우리는 너무 자주 옳고 그름을 따집니다.
정치에서도, 종교에서도, 직장에서도, 심지어 가족 간의
대화 속에서도 말입니다.

그러나 세상에는 ‘아디아포라’, 즉 “
굳이 싸울 필요 없는 일”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사람마다 태어난 곳이 다르고, 배운 것이 다르고,
익숙한 방식이 다릅니다.

그렇다면 그 차이는 잘못이 아니라, 그냥 다름의
색깔일 뿐입니다.
그 색이 섞일 때 세상은 더 풍요로워지고, 그 다름을
인정할 때 사랑은 더 깊어집니다.

인생의 본질적인 문제에는 분명함이 필요합니다.
진실, 정의, 신뢰, 그리고 인간의 존엄 같은 것들 말입니다.

하지만 비본질적인 일, 즉 소금이냐 설탕이냐 하는 문제에서는
우리가 조금 더 넓은 마음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본질적인 것에는 일치를, 비본질적인 것에는 관용을,
그리고 모든 것에는 사랑을.....

그것이 우리가 이 복잡한 세상을 조금 더 따뜻하게
살아가는 방법일 것입니다.
오늘 누군가와 다투고 싶을 만큼 다른 생각이 있다면,
한번 속삭여 보세요.

“이건 아디아포라야… 대수롭지 않은 일이야.”

그 한마디가 당신의 하루를, 그리고 누군가의
마음을 구할지도 모릅니다.

출처 : 작자/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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