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감의 실현] "누구나 비평가인 시대.. 깊이 있는 천착 안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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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비평가인 시대.. 깊이 있는 천착 안 보여"
등단 50주년 '예감의 실현' 펴낸 평론가 김주연
세계일보 입력 2016.09.08. 20:41
“50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지나온 우리나라 현실은 정치 사회적으로는 말할 것도 없고
문화적으로만 봐도 엄청난 변화를 겪어 왔어요.
1950년대 문단의 인정주의, 취락주의 같은 전근대적 풍토에서 많은 변화가 이루어진 거지요.
그런대로 때로는 예감하면서 혹은 따라가면서 여기까지 왔구나 싶은 감회가 없을 수는 없는데
여전히 실감이 나진 않습니다.”
1966년 ‘문학’지에 평론이 당선되어 등단한 이래 반백년 동안 한국문학의 역동적인 현장에서 비평가로 살아온
문학평론가 김주연(75·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이 등단 50주년 기념으로 비평 선집 ‘예감의 실현’(문학과지성사)을 펴냈다.
김태환 교수(서울대 독문과)가 그동안 비평가 김주연이 현재까지 출간한 공저·편저를 제외한 13권의 비평집에서
모두 63편의 주요 평문을 선별해 4개의 주제로 엮은 1200쪽이 넘는 두꺼운 분량이다.
1부 ‘비평을 찾아서’에는 포괄적인 문학이론과 비평에 관한 논의를,
2부 ‘한국문학의 맥락’에는 일정 시기의 한국문학 전반을,
3부 ‘추억과 서정-시론’에는 김수영부터 황지우에 이르는 세대의 시 세계를 조망하고
4부 ‘현실 속으로, 현실을 넘어서-소설론’에는 최인훈 황석영 김영하 은희경 편혜영에 이르는
소설가들의 작품세계를 깊이 아우르는 글을 모았다.
김병익 김치수 김현과 더불어 ‘문학과지성’을 만들고 4·19세대 비평 그룹의 핵심으로 한국문학을 이끌어온
김주연의 비평 전모를 파악해볼 수 있는 자료이다.
전화로 만난 그는 “20대 중반의 나이에 첫 책을 내면서 1960년대 문단과 문학을 비평했을 때만 해도
윗세대에게 야단도 많이 맞았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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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단 50주년을 맞아 1200쪽이 넘는 두툼한 비평 선집을 펴낸 문학평론가 김주연.
그는 “누구나 사회적 견제 없이 한마디씩 쓸 수 있는 시대야말로 비평가들이 어느 때보다 더 깊이 있게 천착하고 공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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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가 바뀌면서 뒤에서 치고 올라오는 젊은 세력들은 늘 존재하기 마련이지만
이른바 4.19세대, 한글세대로 명명되는 김주연을 비롯한 1960년대 젊은 문학인들은 확실히 빛나는 한 시기를 이끈
기념비적인 존재들이었다.
김주연은 “개인적으로는 단절이나 비약 같은 걸 거치지 않고 비교적 충실하게 현실과 함께해온 것 같다”면서
“시대 인식의 전환기는 1990년대 중반 ‘가짜의 진실, 그 환상’을 펴낼 때가 아닌가 싶다”고 짚었다.
그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문자에서 영상으로 주도권이 넘어가는 거대한 흐름을 예감하고
문학이 어떤 지점에 놓여 있고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이 책에 담아냈다.
이번 비평 선집의 제목을 ‘예감의 실현’이라고 정한 것도 이러한 예감의 역사를 반영한 것이다.

그는 문학에서 언어의 역할을 일관되게 중시하면서 정치 사회적 현실뿐 아니라
모든 차원에서 억압에 대처하는 문학의 언어를 진중하게 탐색해왔다.
그의 비평인생 중반 이후부터는 문학에서 ‘영성’의 역할을 자각하기 시작해 이 분야가
한국문학에서 소홀히 다뤄지고 있다고 지적하기 시작했다.
그는 “서양문학의 큰 축이 기독교적 역사와 믿음으로부터의 탈출과 싸움인데,
한국문학은 너무 허한 것 아닌가 싶었다”고 말했다.
갈수록 비평가의 역할이 줄어드는 세태에 대한 질문에는 “소위 소통이라는 이름으로 사회적 견제 없이
그 사람의 수준과 무관하게 모든 사람들이 다 한마디씩 쓸 수 있는 시대라서 전부 다 비평가인 셈”이라며
“이런 때일수록 전통적 의미의 비평을 하려면 그 어느 때보다 깊이 천착하고 공부를 해야 하는데
상황은 반대로 가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숙명여대에서 독문학을 가르치는 학자로 31년간 봉직했고 한국문학번역원장 중책까지 수행했던 그는
한강의 맨부커인터내셔널상 수상으로 새삼스럽게 부각된 한국문학 번역 방법론과 관련해
“원작의 문구에 집착하는 것보다는 현지 도착어 중심의 감동 번역이 필요하다고 역설해온 편”이라면서
“그렇다고 원작이 달라져도 괜찮다는 건 절대 아니다”고 강조했다.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jhoy@segye.com
댓글목록
안희선님의 댓글
위에 기사에서 김주연 평론가도 그런 말을 했지만..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문자에서 영상으로 주도권이 넘어가는 거대한 흐름]
지금의 문학 역시, 진화해야 한다
종래의 활자만을 의지하던 시대는 (개인적으로 볼 때) 이미 오래 전에 끝났다고 생각된다
특히, 시의 경우가 그러하다
그건 시가 본태적으로 이미지와 음악을 내재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아직도 시가 인접예술과의 만남을 금기로 여기는 고루한 사고방식을 가진
시인들이 얼마나 많은지..
총체예술을 지향하는 오늘의 예술을 놓고 볼 때
금기는 커녕, 도리어 탈 - 장르의 흐름을 타고 있다는 점에서
시, 역시 그러하다
따라서 시와 음악, 그림(이미지), 연극, 비디오 혹은 타 장르와의 만남에
두드러기 나듯 거부반응을 일으킨다는 건 결과적으로 시대의 흐름에
한참 역행하는 모습이란 것도 알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