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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生이란 말을 얼마나 사랑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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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69회 작성일 16-08-10 00:38

본문


 

나는 생이라는 말을 얼마나 사랑했던가



내 몸은 낡은 의자처럼 주저앉아 기다렸다.
병은 연인처럼 와서 적처럼 깃든다.
그리움에 발 담그면 병이 된다는 것을 일찍 안 사람은 현명하다.
나, 아직도 사람 그리운 병 낫지 않아 낯선 골목 헤맬 때
등신아 등신아 어깨 때리는 바람소리 귓가에 들린다.
별 돋아도 가슴 뛰지 않을 때까지 살 수 있을까.
꽃잎 지고 나서 옷깃에 매달아 둘 이름 하나 있다면
아픈 날들 지나 아프지 않은 날로 가자.
없던 풀들이 새로 돋고
안보이던 꽃들이 세상을 채운다.
아, 나는 생이라는 말을 얼마나 사랑했던가.
삶보다는 훨씬 푸르고 생생한 생
그러나 지상의 모든 것은 한번은 생을 떠난다.
저 지붕들, 얼마나 하늘로 올라 가고 싶었을까.
이 흙먼지 밟고 짐승들, 병아리들 다 떠날 때까지
병을 사랑하자, 병이 생이다.
그 병조차 떠나고 나면, 우리
무엇으로 밥 먹고 무엇으로 그리워 할 수 있느냐.


                                                                     - 이기철




1943년 경남 거창에서 출생, 영남대 국문과를 졸업 동대학원에서 국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2년 『현대문학』으로 데뷔했고, 1976년부터 '자유시' 동인으로 활동.
시집『낱말 추적』 『청산행』 『전쟁과 평화』 『우수의 이불을 덮고』 『내 사랑은 해지는 영토에』

『시민일기』 『지상에서 부르고 싶은 노래』 『열하를 향하여』 『유리의 나날』
김수영문학상(1993), 후광문학상(1991), 대구문학상(1986), 금복문화예술상(1990),
도천문학상(1993) 등을 수상. 영남대 교수를 역임하고, 영남어문학회 회장으로 활동 중 



 

<감상 & 생각>


시인은 시에서 말해지는 것처럼, 절망을 超克한 것일까.

그렇다면, 참으로 부러운 일.

나는 최소한 내가 生을 사랑하지 않았음을 안다.

그래서, 그 罰로 건강도 알뜰하게 잃었는지 모르겠지만.


(닿을 수 없는 그리움이란) 病마저 사랑한다는 시인이 정말 부럽다.

그는 절망하지 않기 위해서 시를 쓰는 게 분명하다.

그것이 그에게 살아가는 힘이리라.

곧, 삶의 원천일 것이다.

반면에 절망이 두려워 글을 쓰는 나는, 오늘도 虛妄의 꽃만 피운다.

 

아, 절망이여. 차라리 꿈꾸지 않게 해주길.

더 이상, 초라한 희망으로 이 빈곤한 가슴을 부풀리는 일이 없도록..


 

                                                                                      - 희선,

 



Imprompt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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