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의 들 > 자유게시판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자유게시판

  • HOME
  • 시마을 광장
  • 자유게시판

(운영자 : 정민기)

 

 자작시, 음악, 영상등은 전문게시판이 따로 있으니 게시판 성격에 맞게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 게시물에 대한 법적인 문제가 발생시 책임은 해당게시자에게 있습니다

(저작권 또는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게시물로 인한 법적 분쟁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 광고, 타인에 대한 비방, 욕설, 특정종교나 정치에 편향된 글은 삼가바랍니다 

게시물은 1인당 하루 두 편으로 제한 합니다


그대의 들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54회 작성일 16-04-26 00:04

본문


그대의 들 / 강은교


'왜 나는 조그마한 일로 분개하는가'로 시작되는
어느 시인의 말은
수정되어야 하네
하찮은 것들의 피비린내여
하찮은 것들의 위대함이여 평화여

밥알을 흘리곤
밥알을 하나씩 줍듯이

먼지를 흘리곤
먼지를 하나씩 줍듯이

핏방울 하나 하나
그대의 들에선
조심히 주워야 하네

파리처럼 죽는 자에게 영광이 있기를!
민들레처럼 시드는 자에게 평화있기를!

그리고 중얼거려야 하네
사랑에 가득 차서
그대의 들에 울려야 하네

'모래야 나는 얼마만큼 적으냐' 대신
모래야 우리는 얼마큼 작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적으냐' 대신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작으냐, 라고

세계의 몸부림들은 얼마나 작으냐 작으냐, 라고



<벽 속의 편지, 창작과비평사, 1992> 

 





1945년 함남 흥원 출생
연세대학교 국문과 및 同대학원 졸업
1968년 사상계 신인문학상 / [순례자의 잠] 당선으로 등단
한국문학작가상, 현대문학상, 소월시문학상, 제18회 정지용문학상(2006) 수상
시집으로, 『빈자 일기』 『소리집』『붉은 강 』 『우리가 물이 되어』
『바람노래』 『시간은 주머니에 은빛 별 하나 넣고 다녔다』『초록 거미의 사랑』등
저서로, <초록 거미의 사랑>, <강은교의 시세계>, <차마 소중한 사람아> 등


<감상 & 생각>

이 시는 시인이 金洙暎의 시,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를
패러디Parody 한 작품으로 보인다.

소시민적 이해관계를 통해서 자신을 반성하는 김수영의 시적 태도를
오히려 역설적으로 원용援用하면서, 그녀의 시를 전개하고 있는데...

자, 그럼 우선 이 시의 대상이 된 김수영의 시를 살펴보자면.




어느 날 고궁(古宮)을 나오면서 / 김수영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王宮) 대신에 왕궁(王宮)의 음탕 대신에
오십(五十) 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 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 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越南)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이십(二十) 원을 받으러 세 번씩 네 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 앞에 정서(情緖)로
가로놓여 있다
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
부산에 포로수용소의 제사십야전병원(第四十野戰病院)에 있을 때
정보원이 너어스들과 스폰지를 만들고 거즈를
개키고 있는 나를 보고 포로경찰이 되지 않는다고
남자가 뭐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놀린 일이 있었다
너어스들 옆에서

지금도 내가 반항하고 있는 것은 이 스폰지 만들기와
거즈 접고 있는 일과 조금도 다름없다
개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 비명에 지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놈의 투정에 진다
떨어지는 은행나무잎도 내가 밟고 가는 가시밭

아무래도 나는 비켜 서 있다 절정(絶頂) 위에는 서 있지
않고 암만해도 조금쯤 옆으로 비켜서있다
그리고 조금쯤 옆에 서 있는 것이 조금쯤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이발쟁이에게
땅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쟁이에게
구청직원에게는 못하고 동회직원에게도 못하고
야경꾼에게 이십(二十) 원 때문에 십(十) 원 때문에 일(一) 원 때문에
우습지 않으냐 일(一) 원 때문에

모래야 나는 얼마큼 적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적으냐
정말 얼마큼 적으냐……



<거대한 뿌리, 민음사, 1974>


이 시는 金洙暎 시인이 모처럼 古宮에 갔다가 나오면서...

우리 역사와 현실을 생각해보고, 자신의 삶과 시를 쓰는 행위가
얼마나 한심한 것인지를 되돌아보고 비판하는 내용이 주조主調를 이루고 있다.
김수영에게 있어서 (5 ~ 60년대)당시의 암담한 현실은 하나의 거대한 벽이었으리라.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는 현실의 벽에 부딪쳐 시인이 왜소화될 수밖에 없었던,
당시의 사회적 여건과 그것을 넘어서 이상향理想鄕을 구축하려는 시인의 갈등을
잘 드러내주고 있는 詩인데, 특히 외부 세계를 비판함에 있어 그것을 직접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우회적迂廻的으로 못난 자신을 비판하고 있는 것에
이 시의 방향성方向性이 있다.

부조리의 현실에 맞서지 못하는 비겁성卑怯性과 일상의 사소한 일에만 분개하는
옹졸함을 지닌 보잘 것 없는 시인 자신에 대해 극렬히 반성하고 있는데,
즉 시인 자신의 소시민적 행동에 대한 통렬痛烈한 <자기 반성의 시>라 할까.

물론, 강은교 시인의 시에서도 김수영 시인의 소시민적小市民的 반성을
무조건 탓하는 걸로만 여겨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녀가 표적으로 삼은 건...
김수영이 추구한 '거대한 뿌리'라는 시민적 이데올로기의
<추상성抽象性>인 듯 싶다.

즉, 그러한 거대한 운동의 흐름 속에서 오히려 박탈되고 소외되는
작은 존재들의 <존엄성尊嚴性>을 역설적으로 말하고 싶었던 건 아니었을까.

하찮은 것들로 부터 진정한 삶의 의미를 추구하는,
詩의 면모가 돋보이는데.

시적 패러디Parody 의 原목적인 원작 또한 더욱 돋보이게 하는... 그리하여,
두 편의 시가 동시에 새로운 의미의 부여로 나란히 빛을 발하게 하는
시적인 묘妙가 있다.

새삼 시인의 깊은 역량이 느껴지는 그런 시 한 편이란 느낌, 떨군다.


                                                                                          - 희선,



Glory of My Life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8,669건 142 페이지
자유게시판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열람중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55 04-26
1618 신광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88 04-25
1617 신광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13 04-25
1616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15 04-25
1615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25 04-25
1614 신광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79 04-24
1613 신광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31 04-24
1612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89 04-24
1611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17 04-24
1610 신광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77 04-23
1609 신광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13 04-23
1608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52 04-23
1607 핑크샤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30 04-23
1606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05 04-23
1605 핑크샤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12 04-23
1604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95 04-23
1603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01 04-23
1602 신광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99 04-22
1601 신광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08 04-22
1600 시앙보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15 04-22
1599 핑크샤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66 04-22
1598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36 04-23
1597
때로는 댓글+ 2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78 04-22
1596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02 04-22
1595 신광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08 04-21
1594 신광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08 04-21
1593 의정부예술의전당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61 04-21
1592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53 04-21
1591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56 04-21
1590 신광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84 04-20
1589 신광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06 04-20
1588 ~(づ ̄ ³ ̄)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55 04-20
1587 핑크샤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76 04-20
1586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87 04-20
1585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12 04-20
1584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94 04-20
1583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33 04-20
1582 신광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06 04-19
1581 신광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99 04-19
1580 ~(づ ̄ ³ ̄)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41 04-19
1579 ~(づ ̄ ³ ̄)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64 04-19
1578 민공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95 04-19
1577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65 04-19
1576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25 04-19
1575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97 04-19
1574
어긋난 사랑 댓글+ 1
신광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23 04-18
1573
버팀목 댓글+ 1
신광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07 04-18
1572 핑크샤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10 04-18
1571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99 04-19
1570 용담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67 04-18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