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엽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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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엽서 - 한 해의 끝에서
바람에 내몰리듯 그렇게 떠밀려 살다보니,
횅하니 벽에 남은 달력 한 장이 외롭습니다
한 해의 끝에서 그 달력을 걷어낼 때마다,
내 안에서 부서지는 나의 소리를 듣습니다
감당하지 못했던 나날들이 부끄러운 기억으로
몸속 깊이 파고 듭니다
창 밖을 보니, 마지막 이파리를 벗고
겨울을 입은 나무들이 외롭지만 의연한 모습으로
추위를 견디고 있습니다
내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슬픔 같은 것이
잠시 눈동자에 어리다가 이내 흔들립니다
왠지 고독한 이유로
홀로 아름답고 싶은 매혹적인 우울함이
텅 빈 몸에 차오릅니다
그러나, 이 겨울은 낯설기만 합니다
지난 가을의 길목에서 돋아난 그리움이
한껏 부풀어,
낙엽도 아닌 것이 가슴 위에 아직도 수북히 쌓여 있습니다
이 겨울은 나를 기다리지도 않고
그렇게 저 홀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습니다
이럴땐, 정말 누군가의 전부가 되고 싶습니다
처음으로 쓸쓸함을 배웠던 날처럼,
지워지는 한 해의 끝이 눈 앞에서 하염없이 흔들립니다
차가운 겨울바람이라도 마시지 않으면,
헛헛함으로 쓰러질 것 같은 날...
마음속 따스한 이름을 조용히 불러봅니다
비록, 낯선 바람에 한없이 흔들리는 빈 몸이더라도
이제사 겨울로 떠나는 나의 계절이 차갑지 않기 위해
작은 불씨 하나 그렇게 가슴에 지피렵니다
- 안희선
Les Jours Tranquilles - Andre Gagnon
댓글목록
핑크샤워님의 댓글
간만에 뵙는것 같은 이 느낌은 무엇?, 이번 주는 참말로 쓸데없이 바쁘기만 하네요, 모교 총장선거 선거인단으로 참여해달라는 친한 선배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어서, 저 역시 속물처럼 기여이 허락하고 말았네요, 내가 뭔짓을 하는 것인지..후배들에게 어떤짓을 하는 것인지 알면서도 허락한 나는 또 무엇인지...이것이 세상과 타협하는 방법인지..."대쪽같다는 별명"이 희미해지는 오후 입니다..좋은 음악과 시에 시린 마음 달래고 갑니다/고맙습니다 시인님
안희선님의 댓글
살다보면, 본의 아니게 세파에 휩쓸리기도 하죠
저도 그럴 때가 많답니다
어느덧, 12월..
남은 달력 한 장이 유난히 외롭습니다
아무튼, 한 해의 알찬 마무릴 하시는 12월이
되시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