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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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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423회 작성일 23-12-26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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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 알겠다 / 안희선 인간애(人間愛)의 보잘 것 없는 열광과 덧 없는 노고에 대하여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다 칠흑(漆黑) 같은 깊은 밤을 지나오며 아침이 되기까지 갖가지 망혼(亡魂)들을 쓰다듬고 한숨 지으며 대답을 바라는 일, 그것처럼 어리석은 일도 없겠다 스스로 만든 잠시 동안의 휴전(休戰)은 절망으로 파고 드는 마음을 잠재운다 하기야 마음이 원하기만 한다면, 잠깐의 지속을 위하여 시간의 수레바퀴를 경사지(傾斜地)에 괴어놓고 말 없는 항구 속에 최초로 켜지는 단지 하나의 정박등(碇泊燈)을 서녘 하늘 높이 타는 노을에 걸 법도 하다 그러나 내 입은 말하는 것에 대해 잊은 지 오래이고 내 다리는 대지(大地)를 잊은지 한참이고 심지어 내 손은 누구의 팔에 속한 것조차 깡그리 잊었다 그리고 내 가슴 속에는 이제 다시는 때를 알리는 자정(子正)에 고함을 울리며 내게로 돌아 올 이름 모를 이들로 인하여 고통이 고요히 일어 오른다

왜 그들은 죽지도 않는지...

하여, 오늘도 나무는 숲 속에 외로이 서있고 하늘에서 어느 새(鳥)가 하나씩 사라져 갔는가 알 길도 없다 그러나 그 나무는 자신이 지닌 가지가 한결 잠잠해졌음을 안다 나도 마을의 어떤 주민들이 오고 또 덧없이 사라졌는지 말할 길 없으나, 이제 내 마음 속에서 노래하던 무척 한가했던 풍월(風月)이 비로소 힘겹게 멈추었음을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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