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목사님 > 자유게시판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자유게시판

  • HOME
  • 시마을 광장
  • 자유게시판

(운영자 : 정민기)

 

 자작시, 음악, 영상등은 전문게시판이 따로 있으니 게시판 성격에 맞게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 게시물에 대한 법적인 문제가 발생시 책임은 해당게시자에게 있습니다

(저작권 또는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게시물로 인한 법적 분쟁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 광고, 타인에 대한 비방, 욕설, 특정종교나 정치에 편향된 글은 삼가바랍니다 

게시물은 1인당 하루 두 편으로 제한 합니다


우리 동네 목사님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555회 작성일 21-02-27 11:22

본문

우리 동네 목사님 / 기형도 읍내에서 그를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철공소 앞에서 자전거를 세우고 그는 양철 홈통을 반듯하게 펴는 대장장이의 망치질을 조용히 보고 있었다 자전거 짐틀 위에는 두껍고 딱딱해 보이는 성경책만한 송판들이 실려 있었다 교인들은 교회당 꽃밭을 마구 밟고 다녔다, 일주일 전에 목사님은 폐렴으로 둘째 아이를 잃었다, 장마통에 교인들은 반으로 줄었다, 더구나 그는 큰소리로 기도하거나 손뼉을 치며 찬송하는 법도 없어 교인들은 주일마다 쑤군거렸다, 학생회 소년들과 목사관 뒤터에 푸성귀를 심다가 저녁 예배에 늦은 적도 있었다 성경이 아니라 생활에 밑줄을 그어야 한다는 그의 말은 집사들 사이에서 맹렬한 분노를 자아냈다, 폐렴으로 아이를 잃자 마을 전체가 은밀히 눈빛을 주고받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주에 그는 우리 마을을 떠나야 한다 어두운 천막교회 천정에 늘어진 작은 전구처럼 하늘에는 어느덧 하나둘 맑은 별들이 켜지고 대장장이도 주섬주섬 공구를 챙겨들었다 한참 동안 무엇인가 생각하던 목사님은 그제서야 동네를 향해 천천히 페달을 밟았다, 저녁 공기 속에서 그의 친숙한 얼굴은 어딘지 조금 쓸쓸해 보였다



奇亨度 시인 (1960 ~ 1989)

198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詩 '안개' 당선으로 등단 1991년 유고시집 '입 속의 검은 잎' ----------------------------- <감상 & 생각> 요즘, 모 M 대형교회의 담임목사 세습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데 - 비단, 이런 문제는 그 특정 대형 교회에 국한된 문제도 아니지만 이는 결국, 교회나 신자들 머리 쪽수를 목사 개인 재산목록으로 생각하는데서 비롯되는 거 같다 (내가 어떻게 만들고 일궈온 교회인데, 이걸 내 피붙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줘? 하는) 나는 기독교는 믿지 않지만, 마음의 양식 삼아 이따금 성경도 읽곤하는데 성경 말씀에서는 정의(正義)와 공의(公義)를 강조하는데 반하여 오늘 날 대한민국에서 이런 교회 세습 문제가 발생하는 거 보면 (내 생각에) 그 목사는 하나님과 예수님을 전혀 안 믿는 것 같다 - 왜? 성경에서 하나님과 예수님이 하지 말라는 것만 골라서 하니까 아, 이거 시를 감상하면서 모두(冒頭)부터 샛길로 빠진 느낌 아무튼, 却說하고 기형도, 그의 詩를 읽을 때마다 그의 가슴 속에 가득한 내적(內的)인 분노가 읽혀진다 '서울은 좋은 곳입니다. 사람들에게/분노를 가르쳐주니까요'(조치원)라든가, '그의 말은 집사들 사이에서/맹렬한 분노를 자아냈다'(우리 동네 목사님) 같은 시어의 경우가 그것이다 이 詩에서 가장 극명하게 읽히는 구절은 '성경이 아니라 생활에 밑줄을 그어야 한다는' 이다 아마도 生活은 따로 하고 교회 안에서 성경에만 열심히 밑줄을 그어대는, 병든 신앙의 모습을 증오했는지도 모르겠다 詩에서 보자면 이 <우리 동네 목사님>은 이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참 보잘 것 없는, 수완이 없는, 이를테면 실생활에 보탬이 안 되는 능력없는 목사이다 교인들이 교회당 꽃밭을 마구 밝고 다녀도 뭐라 싫은 내색도 안 하고, 다른 목사들은 잘만 하는 성령치유의 은사묘기 같은 것도 없어서 자신의 아이까지 속절없이 폐렴으로 죽어갔고 목사들의 지상과제라 할 수 있는 교회의 세(勢) 확장에도 이렇다 할 열의가 없어 그냥저냥 신도 수는 반으로 줄고 교인들 앞에서 큰 소리로 기도하지 않았으며, 열정적으로 손뼉치며 찬송가도 부르지 않았다 심지어 목사관 뒤터에 푸성귀를 심다가, 저녁 예배에 늦은 적도 있다 '성경이 아니라 생활에 밑줄을 그어야 한다'는 그의 말은 결정적으로 작용해서 급기야 그는 집사들에 의해 교회에서 축출까지 당하게 생겼다 '저녁 공기 속에서 그의 친숙한 얼굴은 어딘지 조금 쓸쓸해 보였다' 라는 결구(結句)는 우리 동네 목사님의 깊은 좌절을 쓸쓸한 허무로 달래는듯 하다 근데 이 詩를 감상하면서, 번쩍이는 교회빌딩의 휘황한 목사님보다 우리 동네 (바보 같은) 목사님이 진정, 이 病든 시대에 필요한 목사님이란 생각이 드는 건 왜 일까 이 詩를 쓰며 시인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문득 묻고 싶어진다 하지만, 시인은 오래 전에 하늘나라로 표표히 떠나간 사람이어서...... - 선돌,
<감상>에 따른 사족 나는 故 기형도 시인의 종교를 알지 못한다 (그가 무슨 종교를 신앙했는지 혹은, 무종교였는지) 하지만, 그런 걸 떠나서 소개하는 詩에서 보여주는 비평적 안목과 동시에 우리 모두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설득력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기형도 하면, 일단 어둡고 무겁단 느낌이 들곤 했는데 오늘의 詩에선 그 같은 시적 배경에도 불구하고 따스한 인간미가 詩 전편에 가득하다 이런 걸 보면, 그는 속으론 한없이 푸근하고 정겨운 사람이었단 느낌이다

댓글목록

Total 8,669건 1 페이지
자유게시판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운영위원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7 03-20
8668 비교급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 04-27
8667 Cubic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 04-19
8666 35P삼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6 04-03
8665 정민기09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4 03-29
8664 장 진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6 03-28
8663 오상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6 03-14
8662 청머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1 02-24
8661 관악이낳은비운의시인현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5 02-21
8660 신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1 02-14
8659 마콜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4 02-14
8658
취미생활 댓글+ 2
제시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5 02-12
8657 테오시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6 02-12
8656 제시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0 02-10
8655 제시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4 02-10
8654 김용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2 02-09
8653 김용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4 01-04
8652 남궁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9 12-29
8651 남궁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1 12-28
8650 남궁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0 12-27
8649 남궁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3 12-26
8648 남궁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0 12-25
8647 남궁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4 12-24
8646 남궁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9 12-23
8645 남궁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1 12-23
8644 남궁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9 12-21
8643 남궁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8 12-20
8642 남궁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7 12-19
8641 남궁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2 12-18
8640 남궁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7 12-17
8639 남궁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3 12-16
8638 장 진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2 12-20
8637 마파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0 12-17
8636 남궁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0 12-15
8635 남궁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2 12-14
8634 남궁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4 12-13
8633 남궁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4 12-12
8632 남궁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5 12-11
8631 남궁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9 12-10
8630 남궁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5 12-09
8629 남궁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1 12-08
8628 남궁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0 12-06
8627 남궁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7 12-07
8626 남궁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9 12-05
8625 남궁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5 12-04
8624 남궁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1 12-03
8623 남궁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4 12-02
8622 남궁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6 12-01
8621 남궁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4 11-30
8620 남궁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9 11-29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