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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현근 시인의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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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자나무 우체국 / 송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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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54회 작성일 26-04-03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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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자나무 우체국 

  

   송재학


 

올해도 어김없이 편지를 받았다

봉투 속에 고요히 접힌 다섯 장의 붉은 태지(苔紙)도 여전하다

 

화두(花頭) 문자로 씌어진 편지를 읽으려면

예의 붉은별무늬병의 가시를 조심해야 하지만

 

장미과의 꽃나무를 그냥 지나칠 순 없다

느리고 쉼 없이 편지를 전해주는 건

역시 키 작은 명자나무 우체국,

그 우체국장 아가씨의 단내 나는 입냄새와 함께

명자나무 꽃을 석삼년째 기다리노라면,

피돌기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아가미로 숨쉬니까

 

떨림과 수줍음이란 이렇듯 불그스레한 투명으로부터 시작된다

명자나무 앞 웅덩이에 낮달이 머물면

붉은머리오목눈이의 종종걸음은 우표를 찍어낸다

우체통이 반듯한 붉은색이듯

단층 우체국의 적벽돌에서 피어나는 건 아지랑이,

연금술을 믿으니까

명자나무 우체국의 장기 저축 상품을 사러 간다

 

 

[양현근의 감상]

 

붉은 설렘으로 봉인된 봄의 연금술

 

  명자나무는 그저 꽃나무가 아니라, 해마다 붉은 '태지(苔紙)'에 적힌 편지를 보내오는 고요하고도 분주한 봄의 우체국입니다. 시인은 화두(花頭) 문자로 씌어진 꽃잎을 읽기 위해 가시의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장미과 식물이 뿜어내는 치명적인 붉은 매혹에 기꺼이 응답합니다.

 

  우체국장 아가씨의 단내 나는 입냄새와 아가미로 숨 쉬는 듯한 꽃의 생동감은, 식물의 정적인 이미지를 피돌기가 만져지는 역동적인 존재로 뒤바꿔놓습니다. 웅덩이에 비친 낮달과 붉은머리오목눈이의 발자국이 그대로 우표가 되는 풍경 속에서, 명자나무 우체국은 적벽돌 사이로 아지랑이 같은 연금술을 피워 올립니다.

 

  수줍음과 떨림이 투명하게 비치는 이 붉은 세계에서, 시인은 '장기 저축 상품'을 사려 합니다. 그것은 어김없이 찾아오는 봄이라는 찬란한 약속에 자신의 생을 의탁하려는 가장 아름다운 투자가 아닐까요.

 

  명자나무 우체국에서 보낸 붉은 편지가 지금쯤이면 당신의 마음에도 당도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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