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다페스트에서의 소녀의 죽음 II > 우수창작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우수창작시

  • HOME
  • 창작의 향기
  • 우수창작시

     (관리자 전용)

☞ 舊. 우수창작시  ♨ 맞춤법검사기


창작의향기 게시판에 올라온 미등단작가의 작품중에서 선정되며,

 월단위 우수작 및 연말 시마을문학상 선정대상이 됩니다

우수 창작시 등록을 원하지 않는 경우 '창작의 향기' 운영자에게 쪽지를 주세요^^

(우수 창작시에 옮겨진 작품도 퇴고 및 수정이 가능합니다)


부다페스트에서의 소녀의 죽음 II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544회 작성일 20-08-03 00:01

본문



어제 부다페스트 바치거리에 나갔다가 

포도 위에 놓여있는 발 

하나를 주워왔습니다. 


발목부터 깨끗하게 잘려 

하얀 살결과 부끄럽게 고개 내민 뼈가 

아름다왔습니다. 


그래서 품 속에 그 발을 안고 와서 

창가에 놓았던 것입니다.


나는 오늘 그 발이 

당신에게 속했던 것임을 알았습니다. 


부끄럽지만

나는 당신 발목의 복숭아뼈를 바라보는 것이 좋았습니다.


하루종일이라도 

당신 발목의 복숭아뼈를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것은 순결한 백지 위에 나른한 봉우리로 어느덧 보랏빛의 버섯같은 것으로

황금 가루가 그 속에서 배어나오기도 하는 

내가 핥고 싶은

당신의 표류물이었습니다. 

포연(砲煙)에 떠밀려 그것은 내게까지 다다랐지요.  


그러나 가끔 황홀에서 깨어

이런 생각을 해보기도 하였습니다.


당신이 복숭아가 아니라 

복숭아 안에서 그것의 완전함을 이루어가는 

응집된 고통이었으면 어땠을까 하고요.


당신은 고통을 싫어하지만

나는 당신의 복숭아뼈를 사랑합니다. 


당신 발목의 복숭아뼈를 만져봅니다. 고통은 힘입니다. 고통은 생의 의지입니다. 고통은

당신의 부재(不在)를 아름답게 합니다. 하지만 시를 쓰다가 

나는 과도로 손을 베인 적 있습니다. 

나는 과도로 복숭아 껍질을 깎아낸 적도 있고

과도를 휘두르기만 하고

복숭아 껍질은 내버려둔 적도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복숭아는 더 완전해졌습니다만

당신은 잘려진 발목으로 실로 많은

이야기들을 숨겨야했을 겁니다.


어쨌든 당신의 발목은 내 창틀에서 가장 화사합니다. 

가끔 달콤한 꿈을 끈적끈적한 즙으로 흘리기는 하지만, 

차가운 물에 

당신의 복숭아뼈를 살살 씻어주는 것도 내 행복입니다. 


당신의 하얀 발목을 씻어 창틀에 놓아두면 

가고 오는 싱그런 바람이 그것을 뽀송뽀송하게 말려줍니다. 

곁에서 펄럭이며 불타오르는

빨래도 함께 마릅니다. 

어젯밤 도려내 빨랫줄에 널어두었던 

울새의 모가지도 함께 마릅니다. 


여기 없는 당신도 

당신의 발목을 내게 보여주는 것을 좋아하나봅니다. 

그러지 않고서야 당신 발목이 오늘 아침  

산드라 장미처럼 빠알갛게 부풀어올랐을 

리 없겠지요?

당신의 목은 저 검은 지붕들 아래 

그 어떤 초라한 사내가 갖고 있을까요?

 

당신은 지금 여기 

없지만,


당신이라면 아마 날 위해 

그 하얀 발목을, 

물컹거리며 주금빛으로 허물어져내리는 

부정형의 베일 바깥으로 내밀어줄 겁니다.

당신의 토르소를 위해서는

호화로운 로코코양식의 액자를 닮은

직사광선이 외로운 창문을 준비하지요.

자 그럼 나는,

늦은 점심을 준비하러 

잠시 자리를 비우겠습니다. 





     

  



.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20-08-06 16:52:27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추천0

댓글목록

grail217님의 댓글

profile_image grail217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천재적입니다,
서정의 극치미를 감상합니다,
기괴하면서도 아름다운 감수성을 접하게 되어 기쁩니다,
꾸준히 좋은 작품을 쓰시는 노력과 정성과 재능에 저는 부끄럽게도 자신의  무능합을 엿보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

Total 6,143건 11 페이지
우수창작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5443 대최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44 0 09-18
5442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52 0 09-18
5441
수술 댓글+ 2
주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0 0 09-17
5440 소녀시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03 0 09-15
5439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19 0 09-13
5438
콩깍지 댓글+ 4
창가에핀석류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53 0 09-13
5437
人魚 댓글+ 4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90 0 09-13
5436 벨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5 0 09-12
5435
외침 댓글+ 2
시화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04 0 09-12
5434
첫 해 벌초 댓글+ 1
초보운전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94 0 09-11
5433
사과탑 댓글+ 2
작은미늘barb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7 0 09-10
5432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59 0 09-10
5431 대최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5 0 09-09
5430
마주르카 댓글+ 9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64 0 09-08
5429
빨래집게 댓글+ 4
시화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21 0 09-08
5428
아마벨과 달 댓글+ 2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40 0 09-07
5427
댓글+ 4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44 0 09-07
5426 창문바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0 0 09-06
5425
차르다시* 댓글+ 2
날건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88 0 09-06
5424
차르다시* 댓글+ 2
날건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65 0 09-06
5423
풀잎 댓글+ 4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04 0 09-06
5422 벨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5 0 09-05
5421
人魚 댓글+ 4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2 0 09-04
5420
장마 댓글+ 2
벨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2 0 09-03
5419
人魚 댓글+ 4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5 0 09-01
5418
나무들 댓글+ 4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37 0 08-31
5417
다시 한번 댓글+ 1
주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26 0 08-31
5416 붉은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5 0 08-30
5415
설야雪夜 댓글+ 8
라라리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37 0 08-29
5414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59 0 08-29
5413
헬륨 풍선 댓글+ 6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7 0 08-28
5412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31 0 08-26
5411
과육의 저녁 댓글+ 4
당나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23 0 08-25
5410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5 0 08-24
5409
우리 동네 댓글+ 5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21 0 08-22
5408
꽃의 행간 댓글+ 3
날건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31 0 08-20
5407 벨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0 0 08-20
5406
공벌레처럼 댓글+ 4
작은미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70 0 08-20
5405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33 0 08-19
5404 벨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6 0 08-17
5403
은하수 댓글+ 2
유상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30 0 08-17
5402 창가에핀석류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37 0 08-17
5401
草葬의 풍경 댓글+ 8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62 0 08-17
5400
결(結) 댓글+ 4
날건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32 0 08-16
5399 벨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22 0 08-14
5398
그녀의 감자 댓글+ 5
붉은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60 0 08-14
5397 맛이깊으면멋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36 0 08-14
5396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8 0 08-14
5395 그믐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3 0 08-13
5394 벨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8 0 08-12
5393
그해 여름 댓글+ 4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41 0 08-12
5392
의지 댓글+ 2
창가에핀석류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43 0 08-11
5391 작은미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28 0 08-11
5390 대최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46 0 08-10
5389
포도쥬스 댓글+ 6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44 0 08-09
5388
꽃의 성명학 댓글+ 8
라라리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55 0 08-08
5387
비너스 댓글+ 2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15 0 08-08
5386
초여름 아침 댓글+ 2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42 0 08-06
5385 자운0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27 0 08-05
5384 겨울숲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9 0 08-05
열람중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5 0 08-03
5382 피플멘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3 0 08-02
5381 라라리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25 0 08-01
5380
들개 댓글+ 2
작은미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16 0 08-01
5379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8 0 08-01
5378 벨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4 0 07-31
5377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65 0 07-31
5376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6 0 07-28
5375 김진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11 1 07-27
5374
치매 댓글+ 2
이옥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12 0 07-27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