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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이 지은 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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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작은미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596회 작성일 20-03-28 06:12

본문

 

 

합장하다 만 듯 좁고 꼬불꼬불한 골목 끝

작은 대문 입을 벌리면 끼이익 기름 마른 쇠소리가

신경질을 낸다.

방구석 형광등이 눈이 뒤집혀 허연 불빛을

우웩 거리다 눈을 뜨자 불면 자국 선명한 이불이

빨간 큰 꽃잎과 잎사귀를 반쯤 접은 채

아는 체를 한다.

천장을 이고 방바닥 구석구석 달라붙은 습한 곰팡이와

작은 꽃밭들을 지키는 누런 도배지의 싸움이

힘겨운 벽이 조용히 눈짓을 준다.

들어왔으면 늘 하던 데로 한숨을 쉬고 잃어버린

꽃밭은 못 본 체 앉으란다.


황도가 떠난 빈집에서 모가지와 허리가 꺾인 몇 놈 중

제일 긴 놈을 뽑아 물고 불면의 불을 붙였다.

아무도 오지 않고 아무도 가지않는 시간이 켜진,

그리움 한 알 한 알 수없이 구르며 가느린 긴 눈썹이

너무도 선명해지는 이층 구석방은

사랑한다는 그 사람이 믿을 수 없는 이별을 왈칵

쏟아내며 빗물을 뚝 뚝 흘리며 왔었던

그사람이 지은 절이다.


다시 작은 발자국 소리가 들릴 것만 같은

사랑하는 그사람이

한 알, 한 알 굴러 새벽 한 알까지 와서야

꿈을 꾸면 울어 오는 그 사람의 처절함으로 지어진,

이별이 수도 없이 굴러오고 말없이

굴러가고 굴러가다 터져 서러운 이층 구석방은

그 사람이 지은 절이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20-04-01 13:18:44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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