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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베데레궁전에서 I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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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22회 작성일 20-01-22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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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도



- 벨베데레궁전에서




비현실적으로 새하얀 벽들을 따라 걸었습니다. 


에곤 쉴레가 곁에 바싹 붙어 소곤거립니다

옷을 벗을수록 그는 점점 더 가늘어져 갑니다 

그가 옷을 다 벗자 몸이 마치 막대기처럼 가느다랗습니다

그의 몸은 마치 여러 색깔 색종이들을 잘라, 얼기설기 맞추어 놓은 것 같았습니다. 


있는 듯 없는 듯한 입술로, 에곤 쉴레가 말합니다 

"내 영원의 누이를 여기 그려놓았다나는 허름한 집의 좁은 방에서 그녀로 인해 죽었다침대에 누워있던 내 폐에 물이 점점 더 차 올라 어느순간 내 폐가 청록빛 바다가 되었다내 누이는 저 밑바닥에서세이렌처럼 내 발을 끌어당겼다나는 물 위로 떠오르지 못하고 익사하고 말았다."


"하지만너는 살아있지 않느냐?"  

"여기서 찾아 보아라네 누이의 모습을. 네 상처를 벌리고 손을 깊숙이 더 깊숙이 넣어 보아라. 그리고, 그려라. 네 누이의 뼈와 살점과 눈망울을." 

"여기서 보여라.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네가 간직한 네 누이의 모습을."

그것들은 너무나 산협과 좁은 계곡과 개펄과 먼 섬들에 흩어져 있어서, 
베인 상처로 가득한 내 손으로도 다 수습할 수 없었습니다.
나즈막한 달빛의 구릉에서 짐승들이 으르렁거렸습니다.
갑자기 흰 벽에 파란 선이 그어졌습니다. 파란 선이 검붉은 빛깔로 신음합니다. 나는 사랑하는 누이의 가슴에 손을 대었습니다. 누이의 심장은 미세하게 뛰고 있었지만, 
그 어떤 신비한 감정의 격류가 내게 쏟아졌습니다. 내 벌어진 상처로 흘러드는 달빛이 또한 있었습니다.

"나는 그리고 싶습니다. 사람들이 보고 내 누이를 아름답다고 말해줄 그런 그림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보고, 아름다움의 본질이란 무엇인가 하고 곰곰 생각하게 될, 그런 내 누이의 초상을 그리고 싶습니다."

나는 누이의 이마에 손을 얹었습니다. 해무가 높은 천장에서 내려옵니다. 나는 누이의 감은 눈에 흰 빛깔을 얹었습니다. 창백한, 
그 청록빛 흔들림의 달빛 안에서 나는 누이의 이마를 안았습니다. 그리고, 작게 찢긴 도화지에서 흘러내리는 투명하고 뜨거운 것을 핥았습니다.

"너는 죽어버린 것이었구나! 바위섬의 계곡과 산비둘기 산보리수나무 주변에서!" 나는 에곤 쉴레의 입술을 빌려 울었습니다. 바위가 굴러다니고, 별빛같은 샘물이 솟아 흘러갔습니다.

"섬을 그려줘요. 이제 이 섬은 내 몸이 되었으니까요." 반쯤 그려진 누이가 조용히 속삭였습니다. 나는 벽의 문을 열고 어떤 방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동백꽃들이 한창 부산하게 하늘을 덮고 있었습니다. 동백꽃의 빛깔과 동백꽃의 빛깔이 겹치니 방안은 귀가 멍멍할 정도로 눈부셨습니다. 그곳은 누이의 자궁 안이었습니니다. "여기서 그려줘요. 그럼 내가 다시 당신을 마중하러 올 거예요." 풀숲이 부스럭거리는지 별빛이 나뭇가지에 으깨지는지, 항톳빛 섞인 굵은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당신은 그 칼로 내 가슴을 수없이 난자해 놓았지만, 내가 다시 한번 당신을 낳을께요." 

미세한 빗줄기가 허공을 베어놓기 시작합니다. 타들어가는 고통으로, 난 황홀하였습니다. 난 서둘러 갯펄로 달려내려가 진흙 안에 번뜩이는 뼈들을 주웠습니다. 뼈들에 입맞추었습니다. 나는 벽 한가득 누이의 자궁을 그렸습니다. 나는 벽에 입맞추었습니다. 한 줄기 흘러내리는 핏줄기가 내 목을 축여 줍니다.

벽 한가득 꿈틀거리는 분홍빛에서 누이가 홀로 긴 복도를 걸어갔습니다. 첨탑 위로 글러가는 황금빛 공이 보였습니다. 

나는 또 가슴의 흉통을 지긋이 가라앉히던 누이의 착한 손을 벽에 그렸습니다. 그 손은 내 머리를 가만 쓰다듬는 것이었지만, 손에는 눈이 없었습니다. 

"표정을 그려줘요." 달빛이 속삭였습니다. "세상에서 오직 당신 혼자만 볼 수 있었던 그 표정을 다시 내게 줘요." 벽이 속삭였습니다. 프라하의 거리에서, 비엔나의 낡아빠진 건물들 사이에서, 쿄토의 곰팡내 풍기는 비단결 눈발 사이에서, 난 늘 그 표정을 보았습니다. 뭉게구름의 한숨만 간드라지던 쿄토의 기차역에서, 목덜미가 긴 사슴의 쓸쓸한 표정에서. 내 누이는 또 다른 내 아이를 안고 있었습니다. 

에곤 쉴레의 누이가 밤바다를 향해 오줌을 싸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내 누이의 표정을, 명성산 정상에서 한밤중에 휘몰아치던 억새숲으로 기억했습니다. 그 쓸쓸한 표정 안에, 나는 텁텁한 빛깔 추상화로 내 죄를 그려 놓았습니다. 에곤 쉴레가 곁에서 말했습니다. "그래, 네가 그녀를 사랑했던 그만큼, 이 벽 위에 널 못박아 놓는 거다." 내 심장이 까매졌습니다.

"나의 죄를 그려주세요. 내 죄의 빛깔과 음영으로, 당신의 죄안에 부드럽게 섞여들겠어요." 우리는 함께 껴안고 뛰어내렸습니다. 바닥에 닿기도 전에, 우리는 함께 불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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