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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73회 작성일 19-08-09 18:06

본문

어둠 한구석이 허물어지는
벽에 주홍빛 아네모네를 그린다.

나는 가슴이 떨려서 그림을 그릴 수 없단다. 심장 한구석이 무너졌거든. 이 신비로운 땅에 뿌리를 박고, 침묵하는 고염나무가 되는 것이 고작이란다.

밀물이 몰려드는 등대를 향해
소녀는 말 없이 움푹 패인 보조개를 상글상글 웃는다.

소녀가 환한 꽃비를 막으려 우산을 활짝 편다. 달빛이 차가워요. 투명한 자작나무 속이 향그럽게 썩어가고 있었다.

달과 구름과 저 검은 산을 그려 줘요.

내 맨발이 유리조각마냥 깨어졌어요.

당신의 초록빛 혈관을 끊어,
아찔하게 분출하는 그 수많은 색채들을
내 죽어 가는 입안에 흘려 넣어줘요.

계단을 하나 밟고
투명한 종소리 위로 올라서듯이,

내 발에 밟히는 하얀 불협화음들마다 당신을 그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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