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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봐, 가끔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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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李진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647회 작성일 19-06-03 21:17

본문

저 봐, 가끔은

                       이진환

 

 

 

궂은 날이 아니었음, 좋겠어

우산이 하나 모자라고 하나는 살이 꺾였거든

 

하더라도 비는 올 거야

 

아무렴 어때

고장 나지 않은 시간이 손목에 있고

저 봐,

오고 있는 물비린 바람에도 내게서 달라질 기분은 없어

먼저 젖어버린 느낌, 알잖아

 

제멋으로 토를 달고 뻗치는 생각은 그렇지만

보고, 듣고, 말하기까지 두리번거리는 일은 습관이 아니라 본능이지

 

물러 터진 포도알처럼

밀치는 틈에서 물건 하나 고르지 못하고

가끔은

허기를 때우거나 화장실 가는 일까지도 참을 수 없는 지경이 되니까

 

하루를 살아가려면 말 한마디씩 구겨 넣는 법을 알아둬

획을 빠트리면 다른 글자가 되는 것처럼

틀어진 기분에선 한 입으로 슬쩍 다른 말을 하기도 하니까

 

가끔은 슬픈 표정이 필요하니 잘 챙겨야 해

무엇에도 풍요롭지 않다는 모습을 감추기 위해서지, 아님

 

사지는 멀쩡한데 지금 속은 흉측해

 

어디 나를 날려버릴 날벼락이 없는지 말이야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9-06-04 09:46:36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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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너덜길님의 댓글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가끔 '하루를 살아가려면 말 한 마디씩
구겨넣는 법을' 몰라서 우산을 두고
비를 맞기도 하는데 ......
착상이 신선해서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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