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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현상학 / 라라리베(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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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창작시운영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41회 작성일 17-09-04 08:52

본문

 

꿈의 현상학

 

                                          -신명

 

 

 

 

터널같이 긴 밤을 벗어나야 했습니다

고목의 나이테처럼 끝없이 이어진 길

 

눈썰매 타던 초등학교 앞 언덕을 지나 말타기 놀이를 하던 느티나무 앞을 지나

빨래를 하고 썰매 지치던 개천을 지나 입학시험 본 날이면 가던 중국집을 지나

아득한 골목에 다다랐습니다

 

눈발은 더욱 거세져 발자국이 그림자처럼 따라왔습니다

꽃집을 지나 금은방을 지나 슈퍼를 지나 여인숙을 지나 세탁소를 지나

쌀집을 지나 구불구불 안개 덮인 하얀 풍경을 수없이 지나

높은 담으로 둘러싸인 낯익은 집을 찾아냈습니다

 

커다란 화로가 있는 마당에 쪼그려 있다

살짝 방안의 모습을 훔쳐보기도 했던 날

어머니는 보자기에 겹겹이 쌓인 금빛 물건을

놓고 돌아서며 꼬옥 안아 주곤 했습니다

 

그날은 고기반찬이 올라오기도 하고 용돈을 받기도 하고

새 옷을 입기도 하고 물감을 사고 등록금 봉투를 받는 날이었습니다

 

열두 대문을 지나 안채 깊숙이 있던 불 켜진 방으로 향했습니다

 

어머니가 나오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예전처럼 환하게 웃으시며 돌아가라고 하얀 손을 흔들고 계셨습니다

 

양손에 잔뜩 들려 있던 세월은 사라지고

얼굴에 속닥이는 아침 해가 어제와 같은 하루임을 알았지만

눈을 뜰 수가 없었습니다

한참을 웅크린 채 흘러갔습니다

 

꿈으로만,

흐르는 꿈으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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