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쨍볕에 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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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박정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753회 작성일 15-08-04 14:56

본문

 

쨍볕에 타는 길

 

 

앞산을 깎아 누옥을 짓고 뒷산을 옮겨 나지막히 토담을 쌓았다. 앞산은 촌부를 벗 삼아 놀고 길에서 먼 집은 뒷산의 분신이 된다. 굽이굽이 허른 황톳길, 반은 땅에 기울고 반은 사람을 품고 산다. 촌부는 산의 거죽과 뼈를 발라 길을 만든다. 뒷굽이 닳도록 오르내린 길, 쪼글쪼글 토막길, 짠내나는 길에는 꽃 조차 피지 않는다.

 

 

, 여름, 가을, 겨울

시시때때 내리는 비가 좋다.

넋 놓고 걸음 거닐다

황톳길에 비가 뿌리면

어미 새 몸 쉬어가는

어느 외딴 집

처마 끝이라도 좋다.

새침데기 여우비가 좋다.

 

 

확 트인 하늘 밑, 햇발이 흐벅지게 뿌린다. 흙벽 아래 함초롬한 참나리꽃, 흐드러진 모양새가 그대로 청순가련형이다. 연신 발톱 세운 쨍볕이 촌부의 길을 할퀸다. 꽃 피지 않는 길마다 풀잎이 풀 죽고 저 언덕 바람이 잠든다. 비탈밭 촌부를 흔드는 쨍볕에 꼿꼿이 버틸 장사 또한 없겠구나.

 

 

 

 

글쓴이 : 박정우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5-08-07 13:59:57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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