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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재생용 종이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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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박정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2,053회 작성일 15-08-07 09:33

본문

 

나는 재생용 종이컵이다



 

 

 

1.

 

1,300원, 몸값을 선납하고 굼뱅이처럼 구겨진 지하철에 뿔난 몸을 실는다. 07:30, 낯선 향기에 젖은 아침이 내장 터진 개나리봇짐 사이로 무임승차를 한다. 꼬깃한 옷을 걸친 그와 거창할 것도 없는 첫상면을 한다. 언제나 첫 만남은 근엄한 산사의 기도처럼 경건하고 숭고했다. 내 마지노선은 높이 7cm. 윗지름 7cm, 아랫지름 5cm 볼륨없는 항아리 몸매를 가졌고 후에 안 사실이지만 재생용종이컵이라 불렸다. 분명 내 안에 꼭꼭 눌러 담을 정량이 있듯 7cm 속 좁은 내량으로 담아낼 양은 들불 보듯 분명했다.



 

2.

 

나는 흘러내리는 어떤 것도 아낌없이 담아낼 지혜와 용기가 있다. 사시장철, 세상에서 가장 빠르게 최고의 맛을 담아내려 한다. 그는 정도를 넘지 않으려 적량과 농도 조절의 안목으로 올곧게 세분된 눈금을 겨냥한다. 적정선 맞추기란 시간을 과거로 돌리 듯 어려운 일이겠으나 그 적정이란 선에서 머무를 때 삶은 더 행복하고 금도의 선을 넘으면 손마디에 수포가 생겨날 것임을 직감한다. 인생 또한 그러할 것이다. 일회용은 쓰는 순간 버려질 것을 예감하지만 재생용이란 딱지가 붙으면 그럭저럭 희망은 있는 셈이다. 제 자리에서 역할을 못하면 퇴물이 되는 비정의 시대, 본분을 다해도 눈깜작할 세, 토사구팽(兎死狗烹) 당하는 시나리오 속 비련의 주인공, 더러는 차곡차곡 오버랩된 인생으로, 더러는 얄팍하게 꾸겨지는 일회용 운명으로, 무수한 지문과 지문 사이에서 안의 골수가 비워지면 바로 뒷방 퇴물 신세가 된다.



 

3.

 

진실같은 뜬소문들이 각을 세우고 몸 안으로 둥글게 말려든다. 그는 희망을 노래하고 뒷이야기를 체거름없이 녹여낸다. 종이컵 안에 세상 이야기가 담겼다가 이내 비워진다. 나는 그에게 쉼이 되어 주지만 못된 언어의 시궁창이 되고 재떨이가 되기도 했다. 한시간 동안 코너에 몰아넣고 어찌 손 쓸 겨를없이 발길질을 당한다. 이것이 쉼에 대한 처절한 응징과 댓가였으며 하얗게 질린 얼굴에 지워지지 않는 족적을 남긴 체 내장이 파열되기도 한다.

 


 

4.

 

그는 숨 가뿐 쉼표에 마침표를 찍으면 오랜 습관처럼 하얀 속살을 벗겨내며 감추고 싶은 이야기를 들춰낸다. 언제부터인가 달콤한 욕망 뒤엔 불행이란 검은 그림자가 먼저 다가왔다. 밑바닥 치부까지 드러낸 알몸뚱이에 달라붙은 끈끈한 알맹이들. 17:30, 그는 화려한 부활을 꿈꾸며 내 안에 마지막 수위와 농도를 조절한다. 온화한 미소 속에 사랑, 희망, 애증, 때론 분노가 철철 끓어넘쳤다. 일회용이라 딱지붙은 것이 날개없이 곤두박질한다. 10분 안쪽이었다. 내 인생 역시 어느 순간 날개없이 추락할 때가 있으리라. 4막5장의 비루한 가면극을 끝내고 부활을 꿈꾸며 심연속으로 하얀 몸을 던진다. 홀더 속 종이컵 하나가 엉치를 빼며 배수진을 친다. 신석기 패총같은 일회용들의 무덤에 뜨거운 볕이 머문다. 나는 그대 손에 들린 재생용종이컵이다.

 

 

 

 

 

 

글쓴이 : 박정우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5-08-08 10:41:56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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