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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설(初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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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80회 작성일 22-09-11 09:31

본문

초설(初雪) 



아무도 네 몸에 닿지 않았다. 나무계단에 삐걱거리는 

작은 버선발 두개가 있을 뿐이었다. 어둠 속에 등불이 하나 켜졌다. 등불을 떠받든 새하얀

손 하나가 보였다. 


이층에서 눈발이 조용히 내리는 소리

들려왔다. 누군가 시집 (詩集) 에서

뒤척이고 있었다. 초설(初雪) 속에 숨어 

귀를 쫑긋거리는 토끼 한 마리를

엽총으로 쏘았다. 복도는 비어 있었다. 빈 복도에서는

영사기 한 대가 돌아갔다. 나는 그 곁에 쓰러졌다. 


새하얀 입김 속에 그녀가 있었다. 입김 속에 무수한 눈의 결정들이 반짝였다. 그것은 

자작나무숲이었으리라. 그녀는 아무도 밟지 않은 

설원을 걸어가는 것이었다. 피처럼 새빨간

비단조각을 뒤에 흘리며. 바람도 없이 숲의

나무들이 가지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내 썩어 문드러져가는 폐 안에서

그대 살아가라. 그대 폐선처럼 

는 뜨지 말고 영원히 가라앉으라. 

눈발이 거세어졌다. 


그곳에서는 마치 무성영화 속처럼 

과거와 미래의 이미지들이 해체되어 가는 중이었다. 텅 빈 황막한 공간이

움츠리고 몸을 떨었다. 그리고 그녀는 삐걱삐걱

나무게단을 걸어 내려왔다. 마치 눈송이처럼

무게도 없이 

졸피뎀이 내 혈액 속으로 녹아들듯이 

그녀는 내게 웃는 것이었으나 

나는 그녀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22-09-12 19:58:19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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