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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치지 않는 것들의 체온 /중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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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하늘나는고양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5회 작성일 26-02-09 21:11

본문

도망치지 않는 것들의 체온


도망칠 수 있었던 순간들은

항상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때마다

움직이지 않는 쪽을 선택했다


움직이지 않는 것이

용기인지

포기인지

아직도 구분하지 못한 채


나는 내 몸 안에

껍데기를 하나 더 만들었다


그 안은

안전했지만

따뜻하지는 않았다


체온은

한 번에 떨어지지 않는다

아무도 모르게

하루치씩 사라진다


사람들 곁에 서 있을 때

나는 늘

한 박자 늦은 생물이었다


입은 먼저 열렸고

의미는

뒤늦게 따라왔다


표정은

공기처럼 배치되었고

목소리는

상황에 맞게

조율되었다


기쁨은

내 것이 아니었고

슬픔은

사용되지 않은 채

몸 안에 남아


도망치지 않는 것들은

늘 이렇게 말한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그러나

조금만 더의 끝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은

회복이 아니라

무감각이었다


차가워진다는 건

슬퍼지는 일이 아니다


아무것도

느끼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게 되는 일이다


나는 아직

완전히 식지 않았다


눈물이 날 때마다

내 몸 어딘가에

열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눈물은

가장 마지막까지

도망치지 않는 감정이라서


혹시

이 체온에 이름을 붙인다면

그건 상처가 아니라


너무 오래

버텨 온 생의 온도


도망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살아남은 것들의

낮고도 느린 체온


오늘도

나는 도망치지 않는다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직

이 온도를

잃고 싶지 않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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