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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이 끝내 말하지 않은 것 /중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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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하늘나는고양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5회 작성일 26-02-09 21:35

본문

거울이 끝내 말하지 않은 것


거울은 말하지 않는다

다만

손이 오래 머문 자리를

빛으로 되돌려 줄 뿐


여왕은 매일

손톱으로 이름을 긁어냈다

지워진 자리에

다른 얼굴이 자라도록


붉은 입술은

사랑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표시였다


사과는

나무보다 말에 가까웠고

말은

피처럼 입 안에 남았다


일곱은 숫자가 아니었다

숨어 지낸 시간의 결

말을 삼킨 채

함께 숨 쉬던 사람들


마녀는 집을 치우지 않았다

움직이면

무언가 깨어날까 봐

먼지를 그대로 두었다


잠든 건

입맞춤 때문이 아니었다

숨을 낮추면

명령도

귀에 닿지 않았으니까


유리는

감옥이 아니라

소리를 가두는 방식이었다


왕자는

깨운 것이 아니라

침묵을 부쉈다


사과는 반쪽만 썩었고

그 반쪽은

입안에서 자라

말 대신 씹혔다


그녀는 살아 있었고

대신

무언가가

계속 삼켜지고 있었다


꽃은 묻히기 전에 놓였고

관 안에는

노래가 없었다


눈은 내렸지만

입가의 색은

끝내 지워지지 않았다


이건 동화가 아니다

입을 닫은 채

살아남은 사람의 이야기다


거울은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 침묵 위에서

이야기는

다른 얼굴로

계속 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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