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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톳길에서 만난 길손을 하늘나라로 떠나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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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193회 작성일 25-12-23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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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톳길에서 만난 길손을 하늘나라로 떠나보내며

 

       김계전 칼럼니스트

 

 

어느 날 어느 노년의 신사와 계족산(대전광역시 대덕구와 동구에 걸쳐 있는 산, 높이는 429m) 황톳길을 함께 걷게 되었다.

 

그는 75세가 된 말기 암 환자였다.

 

부인과는 작년에 사별을 했고, 혼자 사는데 자식들은 11녀로 서울에 산다고 했다.

 

여기 황톳길 오기 전에 자식들과 상의 없이 APT 등 모든 재산을 정리했고,여행용 가방에

옷과 생활 용품만 가지고 집에서 나왔다고 한다.

 

APT에 있던 가재도구는 모두 중고업체에 넘겼다고 했다.

 

이제 남은 것은 인근에 있는 보리밥집에 맡겨 놓은 여행용 가방과 통장, 체크카드 뿐이라고 했다.

 

여기서 내려가면 미리 예약한 요양원에 입실하면 된다고 했다.

 

계족산부근이 고향이고 해서 인근 요양원을 택했다고 한다.

 

함께 내려오면서 길손이 되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예전 젊은 시절에 서울 유명 대학을 졸업하고 행정고시 합격 후 서울시에 첫 공직생활을 한 뒤 총무처, 청와대 등에서 근무했다고 했다.

 

앞뒤 안 보고 열심히 일해서 차관보까지 승진해 잘 지내다가 퇴직무렵 건강이 악화되어

병원 생활을 했다고 한다.

 

부인이 병간호 몇 년간 하다가 갑자기 쓰러져 먼저 하늘나라로 떠났다고 했다.

 

부인이 죽고 나서 혼자 병원 통원 치료와 입원을 몇 년간 반복했다고 한다.

 

병원에 입원하면 자식만 왔다가고, 며느리는 잘 오지 않았다고 했다.

 

딸은 가끔 병원에 오면 시어머니가 아파서 병간호에 너무 힘들다고

투덜거렸다고 한다.

 

병원서 퇴원 후 잠시 딸 집에 들렸더니 손주들이 할아버지한테서 냄새 난다고

잘 오질 않았다고 했다.

 

이러한 분위기이다 보니 조금 앉아 있다가 약속 있어 간다고 하고

황급히 나왔다고 한다.

 

인근에 살고 있는 아들 집에도 들려서 초인종을 누르니 며느리가

'아이고, 아버님! 연락도 안 하시고 이렇게 불쑥 찾아오시면

어떡하냐'며 문전 박대를 받았단다.

 

아들에게는 집에 잠시 들렸다고만 했다.

 

아들은 퇴근길에 아버지 아파트로 들릴테니 아파트에 가 계시라고

퉁명스럽게 말했다고 한다.

 

뒤돌아서며 그냥 하염없이 눈물만 나왔다고 한다.

 

병들고 늙어서 자식들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래서 그 뒤로 정처 없이 전국을 떠돌아다녔다고 한다.

 

여행 경비는 매달 나오는 연금과 아파트 팔고, 재산 정리하면 몇 십억

되니 걱정은 없다고 생각하여 대학시절 연애했던 경포대, 속초

등을 다니며 많은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여행 중 배가 너무 아파 병원에 다시 찾아가니 대장암 말기라고 했다.

황톳길을 걸으면 좋다고 하여 여기를 왔는데 오랜만에 대화를

할 수 있는 길손을 만나서 즐겁다고 했다.

 

, 점심을 대접하고 싶다고 몇 번을 사정하기에 신탄진 부근

부추 칼국수 식당에 갔다.

 

대장암이지만 칼국수가 너무 먹고 싶었다고 했다.

 

공직에 있을 때 칼국수를 많이 먹어 그립다고 했다.

 

식사를 하고, 요양원에 입실한다고 하여, 보리밥집에 맡겨 놓은

짐을 찾아 내 캠핑카로 이동했다.

 

한참을 캠핑카에서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같은 공직생활 동지라 생각하고 자주 황톳길에서 만나 서로

의지하며 운동하기로 약속했다.

 

그리고 연락처를 주고 받았다.

 

이후, 계족산 황톳길을 오게 되면 미리 연락해서 요양원에 들려

허락을 받고, 캠핑카로 오셔서 함께 황톳길을 걷게 되었다.

 

어느 날 함께 황톳길을 내려오는데 저 멀리서 아버지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아들이 찾아온 것이다.

 

서로 한참을 얘기하더니 아들 차로 요양원에 들어갈 테니

고맙다고 인사하고, 서로 헤어졌다.

 

며칠 있다가 요양원에 전화를 했다. 잘 계시는데 아들과 딸, 가족을

만나고 나서 건강이 많이 악화되었다고 했다.

 

그다음 날 요양원에 직접 방문했더니 면회 사절이라고 한다.

 

여자 원장님한테 부탁하여 황톳길 김 과장이 왔다고

한 번만 말해 달라고 했다.

 

잠시 후 내려오시는데 건강이 많이 악화되었다고 하면서 자식들이

찾아와서 몰래 재산 처분한 것에 대한 것만 다투고 상경했다고 한다.

 

잘 모르는 길손이지만, 나도 너무 화가 났다.

 

내가 죽거든 자식들에게 알리지 말고, 요양원에서 화장하여

계족산 깊은 곳에 뿌려 달라고 했다고 한다.

 

죽은 뒤 통장에 남은 돈은 요양원에 전액 기부하고, 시설도 보완해서

어려운 사람이 들어오면 그 돈으로 도와주라고 했다고 한다.

 

가슴이 멍하고, 뭉클해 지더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다음에 건강이 회복되면 함께 황톳길을 걷자고 약속하며 헤어졌다.

 

나도 시골에 돌아와 들깨를 베어 털고 난 뒤 이 주일 후쯤 비가

부슬거리는 아침에 요양원에 들렸다.

 

그런데 그는 지난 금요일에 하늘나라로 가셔서 토요일에

자식을 불러 유언장을 보여주고,

 

인근 화장터에서 요양원 원장과 함께 화장을 하여 산꼭대기에

뿌려 주었다고 했다.

 

공직에서 차관보까지 승진했으니 일단은 성공한 사람인데 주변에

사람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길손이었지만, 같은 공직 동지애로서 서로 재미있게

대화를 했었는데..

 

세상사 벼슬에 관계없이 '인생무상'을 생각하며 빗속에서

눈물을 한참 흘렸다.

 

왜 하필! 그대 떠나는 날에

비가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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