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주 시인을 이달의 초대시인으로 모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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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초대시인]
빛과 어둠의 경계에서 번지는 분홍의 긴장 — 양현주
이번 달 시마을이 모신 초대시인은 시마을에서 오랫동안 활동해 오면서 다양한 색채와 현대적 감각으로 독자적인 시적 영토를 구축해 온 양현주 시인입니다. 그의 시는 개인의 내밀한 상처에서 출발해 사회적 비극과 현대인의 욕망까지 가로지르며, 주저없이 밀고 나가는 문장의 힘을 보여줍니다.
양현주의 시적 궤적은 고흐의 해바라기에서 출발해 수용소의 철조망을 지나, 오늘의 전광판과 전자 화폐의 흐름까지 이어집니다. 사이프러스의 단내에서 그리움을, 몽돌의 각진 마음에서 존재의 숙명을 길어 올리는 그의 시선은 도발적이면서도 깊은 애정을 품고 있습니다.
2014년 계간 『시산맥』으로 등단한 시인은 시집『구름왕조실록』을 통해 감각적 언어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고전적 서정에 머물지 않고 동시대의 사물과 현상을 시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그의 시도는, 시가 닿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지평을 보여줍니다.
양현주 시의 핵심은 ‘이미지의 전이’에 있습니다. 「사이프러스 나무와 해바라기의 상관관계」에서는 예술적 고통을 현대의 고독으로 치환하고, 「구름주」에서는 구름의 움직임을 시장의 그래프로 연결하는 과감한 상상력을 선보입니다. 비속과 숭고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며 존재의 변곡점을 포착해내는 힘이 돋보입니다.
사소한 존재로부터 관계의 본질을 길어 올리는 힘 또한 인상적입니다. 「몽돌의 작시법」에서 둥글어지기 위해 물살을 견디는 돌의 시간은 곧 시를 대하는 태도이기도 합니다. 결핍을 슬픔에 머물게 하지 않고 새로운 왕조를 세우는 에너지로 전환하는 시적 근육을 보여줍니다.
최근작 「구름왕조실록」과 「감응」에서는 부재하는 존재를 향한 기다림이 한층 맑은 결로 드러납니다. 텅 빈 자리에서도 등불을 켜두는 마음, 보이지 않는 수평선을 끝까지 응시하는 시선이 오래 남습니다. 양현주 시는 낮게 속삭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해바라기의 불꽃처럼, 사이프러스의 향처럼 독자의 감각을 강하게 환기하고 있습니다.
이번 초대시를 통해 우리는 상처를 무늬로 바꾸어가는 한 편의 치열한 연대기를 만나게 됩니다. 양현주 시인은 그 도발의 이면에서 가장 투명한 눈물을 지켜보는 조용한 목격자입니다.
시마을 가족 여러분, 꽃가루처럼 가볍게 스며드는 봄날입니다. 양현주 시인의 시편들과 함께, 우리 삶의 가장 선명한 ‘분홍’을 발견하는 시간이 되시기 바랍니다. (초대글 / 양현근 시마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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