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유전자 / 강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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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유전자
강해림
사막에 사는 식물들은 키가 작고 잎도 자잘하지만
뿌리는 엄청 길다
십리 밖 흐르는 물소리를 듣고 걸어가기 위해선
뿌리가 귀이자 발인 셈
태양이 정수리에 꽂히는 한낮이면
표면적을 줄이고 숨구멍을 닫고 죽은 듯이 산다
그들이 다육다즙기관을 지닌 것도
유전적 특징
모래언덕을 만들며 낮은 북소리로 우는 투쿠투코,
선인장 가시를 두려워 않는 흰목숲쥐, 늑대생쥐는 사막생존전문가다
물 한 방울 없이도 며칠을 견딘다
한낱 로봇 기계일 뿐일 몸속
유전자가 자신을 후대에 전달하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즉, 자기복제를 위한 전략 때문
그럼, 난 자꾸만 사막이 그립고
가시가 먹고 싶어지나
검은 폭풍도 두렵지 않고
목마를수록
피돌기가 잘 되고 살고 싶어지나
* 이기적 유전자: 생물학자이자 작가인 리처드 도킨스의 저서
1954년 대구 출생.
한양대학교 국문과 수료.
1991년 《민족과문학》과 《현대시》로 등단.
시집 『구름사원』『환한 폐가』『그냥 한번 불러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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