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 기타기타 / 강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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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목, 기타기타
강은교
내 몸을 받드느라
정말 힘들겠소, 내 발목이여
내 정글 같은 마음 편히 모시느라
내 허리여 심장이여 얼마나 힘들었소?
내 신장이여, 내장들이여, 배여, 눈썹이여, 눈까풀이여
내 생각을 받드느라 높이 솟은 이마여
내 옷, 내 가방, 무지갯빛 희망을 걸머멘 단단한 내 어깨여, 끈질긴 내 손목이여, 힘줄이여, 힘줄도 새파란 내 팔이여
내 못생긴 발톱이여, 손톱이여
생각걸개여
하루도 편히 쉴 알 없이
숨을 거둬들이고 내뱉는,
하루 종일 편히 쉴 날 없이
피를 뿜어내느라 정신이 없는 나의 심장이여, 허파여, 비정규직 내 쓸개여
언제 없어질까 몰라 늘 발발 떨고 있는 내 쓸개여
아 종신의 인공 무릎이여
달아나기만 달아나기만 하는 잠이여
달아나기만 달아나기만 하는 꿈이여, 꿈의 날개여, 꿈 같은 당신들이여
신처럼 나를 받들고 있는 상처들이여
1945년 함남 홍원 출생
1968년 연세대 영문과 및 동 대학원 졸
1968년 9월 ≪사상계(思想界)≫로 등단
한국문학작가상, 현대문학상, 소월시문학상 수상
시집 『빈자 일기』 『소리집』『붉은 강 』 『우리가 물이 되어』 『바람노래』
『시간은 주머니에 은빛 별 하나 넣고 다녔다』『초록 거미의 사랑』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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