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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꽃잎 / 최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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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069회 작성일 15-11-17 09:23

본문

기억

 

최하연

 

 

바람은 안에서 밖으로 불고

빗방울은 아득한 곳에서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득한 곳으로

떨어진다

내 편 아닌 모든 것은 잠들라

아침이면 난 이곳에 없으리니

용케 젖지 않은 꽃잎도

꽃잎 아래 웅크린 하늘도

바람은 안에서 불고

꿈은 밖에서 젖는다

잠들라, 젖지 않는 밤의 노래도

부르지 못한 이름도

다 잠들라

내 안으로 자라는

마른 뿌리도

기약 없던 당신의 마른 젖가슴도

이제는 젖어서 모두

꿈 밖에 놓인다

하늘로 떠가는 새와

그 아래 잠든 침묵이여

숲이 숨길 수 없는

비밀의 무게와

저 적막한 입술 위에

잠시 머물다 사라진 간절한 기도도

벼락처럼, 이슬처럼,

잠시 왔다가 내버려두는

하얀 손의

악몽 같은 것들도

이 바람 속, 이 아득한 물방울 속에서

다 잠들라

 

 

 

1971년 서울 출생

2003문학과사회신인상

시집 피아노』『팅거벨 꽃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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