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구함과 연연함을 이기려는 두 번째 욕조 / 황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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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함과 연연함을 이기려는 두 번째 욕조
황혜경
무서운 일이 벌어질 것 같은 냄새
슬픈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소리
나는 이런 식으로 이것들을 예감이라고 했다
얼룩의 언어로만 말하고 싶어질 때면
깨끗이,를 바라본다 두 번째 욕조에 몸을 담그고
기쁜 일이 있을 때만 전하러 갈게
죽을 때가 가까워오면 못 입어볼 옷이 어디 있나
더럽지 않게 빛깔도 선명하게 가지런히 걸어놓았구나
어디 골라 입어보자꾸나 수의(壽衣) 이전에
먹는 것도 말끔하게 개운하게
그것을 맛 다음의 참맛이라고 말하자꾸나
나에 대해서도 남기지 말고 자취도 전혀 없이
하, 그런데 그러려는데 참 누가
두 번째 욕조까지 따라와서 함부로 발을 담그는구나
덧칠한 색들 때문에 덕지덕지 더티더티
씻기지 않는 첫 번째
또 한 번 색을 빼겠습니다
나는 당신의 무엇에 대해서 뭐라고 하지 않잖아요
왜 당신은 나의 무엇에 대해 뭐라고 하나요
그럴 수도 있는 일에서 잊고 싶은 일로 변화하고 있을 때는
뒤와 속을 알고 나서
그래도 깨끗이,를 바라본다 욕조에 얼굴까지 담그고
후유증도 없이 말짱해지자꾸나
무엇이 무엇에게 뭐라고 하든지 허물없이
두 번째에는 구겨지지 않는 표정을 지니고 있자꾸나
1973년 인천 출생
서울예술대학 및 추계예술대학교 문창과 졸업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학예술학과 수료
2010년《문학과사회》신인상 수상
시집『느낌 氏가 오고 있다』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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