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경계를 넘는다 / 정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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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경계를 넘는다
정한용
목숨은 길마다 몸을 풀어 놓는다, 콩새들이 허공에 금을 긋는 것이 묵은 유언을 집행하기 위함이듯, 망초풀이 봄마다 강둑을 물들이는 것도 천근 바람을 새기기 때문이다, 그렇게, 당신과 나 사이가 기억조차 아득해졌다, 다시, 몸을 포갤 만큼 가까워졌다, 다시, 손 한번 잡아보지 못한 채 돌아섰다, 이제, 소용없다, 그곳 주소까지
만년 전 씨앗이 오늘 새로 움을 틔웠다, 곧, 그렁그렁 눈물 같은 흰 꽃 매달 것이다, 우리가 다졌던 서원들도, 어김없이 반역이 되어 흔痕을 남길 것이고, 그것은 DNA에 적힌 밀지가 되어, 다시 만년 뒤로 넘어갈 것이다, 가슴 미어지지만, 향기까지 적셔 훗날을 기약한다면 나, 미욱해도 좋다, 당신 있던 자리, 그대로

1958년 충북 충주 출생
경희대에서 박사학위
198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평론 당선
1985년 <시운동>에 시를 발표하면서 문학활동 시작
시집 『얼굴 없는 사람과의 약속』 『슬픈 산타페』 『나나 이야기』 『흰 꽃』 『유령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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