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역 가락국수 / 공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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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역 가락국수
공광규
행신역에서 고속전철을 타고 내려와
새로 지은 깨끗한 역사 위에서 철로를 내려다보면서
가락국수를 먹고 있다
열여섯 살 때 처음 청양에서 버스를 타고
칠갑산 대치와 공주 한티고개를 투덜투덜 넘어와
부산행 완행열차를 기다리던 승강장에서
김이 풀풀 나는 가락국수를 먹던 생각이 난다
지금은 쉬운 여섯이니 벌써 사십년이나 지났다
그동안 선로도 많아지고
건물도 높아지고
오고가는 사람도 많아졌다
국수 그릇도 양은에서 합성수지로 바뀌었다
내가 처음으로 옛날 사람이라는 생각이 드는 날이다
그러나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국물냄새와
노란 단무지 색깔과
빨간 고춧가루와 얼큰한 맛은 똑같다
첫사랑처럼 가락국수도 늙지 않았다
이런 옛날이 대전역이 좋다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도 국수발을 닮아서 좋다
댓글목록
맛이깊으면멋님의 댓글

40년 만에 맛보는 대전역 승강장 가락국수, 옛 맛
열여섯살 때 대전역 승강장서 처음으로 가락국수를 먹은 지, 40년 만에 다시 대전역에서 가락국수를 맛본다.
그간, 모든 것이 바뀌고 변하였어도 승강장 가락국수 맛은 그대로다.
멋대가리 없게시리, 과연 예전의 맛 그대로인지는 차치하자.
대전역 승강장에서 그 옛날 그대로의 가락국수를 맛볼 수 있다는 향수가 좋았을 것이다.
첫사랑이 그러하듯이.
때맞춰 내려주시는 소나기, 굵은 빗줄기 마저도 국수발을 닮아 좋은 것이니.
기차도 완행열차나 비둘기호였으면 금상첨화였겠다.
2020.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