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루 호랑이 / 이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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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화루 호랑이*
이동훈
호랑이 담배 먹을 시절도 아닌데
숲에 버린 아기를 호랑이가 물어 삽짝에 데려 놓았다는
맹랑한 이야기 끝에
빚진 목숨이라며 눈물까지 훔치기에
참말 같아 참말 같아 소설이라 했지요.
우화루(羽化樓) 벽화에 오니
막 벽에서 뛰쳐나오려는 호랑이
어디든 따라가는 눈빛을 가졌다는 말
어쩜, 사지에서 어린 목숨 건져 올 용맹인 듯도 하여
아닌 게 아니라 긴 것 같은
소설 같은 소설 같은 참말이라 했지요.
계곡에 기둥 세워 걸어앉은 가운루(駕雲樓)
한바탕 소낙비로 안개 깔리면
구름 되어, 구름 위로 나는 집
빚진, 빚 같은 목숨 태우러 구름 한 채 몰고
세상 안팎으로 홀현홀몰 가는 호랑이
참말 같아 참말 같아 소설 아니라 했지요.
* 가운루와 우화루는 의성 고운사 소재의 누각. 우화루 호랑이 벽화의 진본은 현재 공양간에 옮겨 보존 중임.
1970년 경북 봉화 출생,
영남대학교 국어교육과 및 교육대학원 졸업
2009년 월간《우리시》신인상 수상
시집 《엉덩이에 대한 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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