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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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면서 / 정건우
아버지께 치매가 오는 것 같다
방금 한 일을 그새 잊으신다
아범이 놓고 간 게 붕어 곤 것이 아니냐며
모르겠다고 또 전화를 하신다
맥이 풀려 화가 나서 보약도 넣었다고
나는 고함을 친다 억장이 다 문드러지는데 아버지는
중얼중얼 웃으신다
돌아오는 눈앞이 졸지에 아득해진다
붕어는 자네 조부께서 즐기셨다
그 어른 치아가 똑 나귀 징 같았니라
얼굴도 모르는 할아버지 기억은 포도알 같으시다
이토록 분명한 양반이 지금 왜 이러시나?
작정하고 걸어오셨던 어디 먼 그곳에서 아버지가
발길을 돌리시나 보다
뒤돌아볼 일이 다시없기로
집 앞 전봇대에 붙인 월세 광고지를 떼듯
손 닿는 인연부터 접으시려나 보다
오래오래 사시겠네 우리 아버지
걸음걸음 지울 것들이 껌 같을 것이니
참 영악도 하시네 우리 아버지
지우고 또 지우고 가시면 아이가 되실 테니
하기사 어디 또 그게 여간한 일일까?
남겨 놓는 것 보다 쉬운 일 어느 세상에 있나?.
댓글목록
이원문님의 댓글

네 시인님
살아간다는 것이 과정에 있어 누구도 모를
인생길이 되겠지요 그것이 인생이고요
잘 감상했습니다
정건우님의 댓글의 댓글

관심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원문 시인님.
건필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