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주우며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돈을 주우며 / 정건우
돈을 주웠네
불 꺼진 피자 가게 앞에서
누구의 주머니를 삐져나온 것일까?
휴지처럼 구겨진 오만 원권
오호, 힘이여, 진리여, 포위할 수 없는 가치여
거리에서 너는 외로웠네
어떤 이의 이름도 너는 부른 적이 없었네
서산을 넘어가는 해처럼
그저 이글거렸네
네가 가서 어두워졌다고
아무도 감히 탓할 수 없다네
바닥에 잠시 몸을 둔 이 숭고한 일탈
구겨진 종이 뭉치에서
프리지어 꽃향기가 나네
찬찬히 펴보는 주름 골짜기마다
꽃이 피고, 새가 울고, 지문에 이끌려 달이 뜨네
가게 문 앞이 환해지네.
댓글목록
안국훈님의 댓글

예전에 새벽 산책을 하다 보면
어느 취객의 호주머니에서
빠져나온 것들이
밤새 거리에서 나뒹구는 걸 보곤 했습니다
주인 잘못 만나면 고생이지 싶습니다~^^
이강로님의 댓글

가게앞 뿐만 아니라 제 머리 속도 환하고
물씬한 꽃향내로 어찔합니다.
좋은 글!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