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접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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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접봉 / 정건우
오 밀리 밖에 안 되는 두께의 몸으로
내가 뭘 어쩌랴
걸음으로는 닿을 수 없는 너
온몸을 녹여서 너에게 스미고 싶다
나는 안다
떨어져 나간 것들의 애달픔에 대하여
벌어진 틈새에서 아른거리는
햇살마저 사그라트리는 상실의 고독에 대하여
통곡처럼 낭자한 너의 해체
한 몸이었다 쪼개진 것들은
결국 돌아와 부둥켜안게 되는 것들
만나서, 갈라져 있었던 거리만큼 빈 가슴
진한 설움과 송곳 같던 응어리를
재우고 녹여 메우는 것
황홀하게 감전되며 내가 녹는다
아주 뜨거웠던 것이 지나가버린 자국으로
나는 남으려니
그대는 그 자리에서 온전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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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이원문님의 댓글

네 시인님
용접봉을 그대로 두었으면 좋겠어요
용접하지 말고요
해도 걱정 안 해도 걱정됩니다
잘 감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