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뼈를 보다 / 김태운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물의 뼈를 보다 / 김태운
칼로 물을 가르던 전쟁이었다
툭하면 토닥토닥
초장엔 아무리 베어도 끄떡없었다
토라지기만 했을 뿐,
그 열기마저 수은주를 따라 점점 식어지자 물에도 뼈가 생기기 시작했다. 갈수록 무뎌진 칼날은 날카로운 톱으로 돌변했고 톱질에 여념이 없던 갑질의 지난겨울은 차라리 을씨년스런 얼음이었다
갑과 을 사이 세월의 병목으로 정유의 샛바람이 스미던 날
한동안 금이 가 쩍쩍 갈라지던 뼈대는 불현듯,
봄빛 불로 비친 물의 투영이었다
마구 치밀어 오르던 부화는 어느새의 몫이었고
사르르 녹아버린 나머지 흔적은
정체 없는 불화의 투정이었다
부부의 인연 같은
-------------------------------
* 제주문학(71권) 2017년 여름호에 발표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