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모래 / 이명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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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모래
이명우
인부들이 그 모래로 평면을 골라놓고 보도블록을 올려놓는다
그 틈은 아이가 막 나온 것처럼 헐렁하다
고무망치로 보도블록의 골반을 맞추고 있는 것 같다
보도블록과 블록 틈으로 모래들이 들어간다
곱게 층계를 쌓고 게처럼 옆으로 기어 다니면서
착한 선들이 쭉쭉 뻗어 나간다
제 몸을 납작 엎드려 보도블록을 떠받들고 있는 모래알들은
하늘보다 넓은 신축성을 깊숙이 박아놓는다
깨어져서 흘러내린 자리를 메우느라
땀을 뻘뻘 흘리는 저 모래 속에
여자들이 숨어 있다
오래 구부려 끊어질 듯 아픈 허리가
블록과 블록의 간격을 메워주고
옆으로 밀어주고 뒤를 당겨준다
길의 중심은 흔들림이 없다
저 여자들보다 먼저 온 어머니들의 허리가
돌탑을 쌓고 있다
2017년 3월 한국동서문학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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