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근 은유(隱喩) / 최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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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근 은유(隱喩)
최정신
만삭인 며늘애 배가 어머니 묏등 같다
생각다가
상스럽지 못하게,
곧 새 세상을 만날 손자에게 미안해진다
그러나 그 생각이 미안해야 할 일은 아니지 않은가
내가 어머니 몸을 빌려 올 때도
내 몸을 빌려
제 아비를 보낼 때도
저처럼 둥근 원향 안에서 오지 않았던가
그러니 묏등처럼 둥글다는 건 시원의 모어이며
한 生 잘 지켜 낸 어머니 영원한 얼굴 아닌가
정토나라 고침단금에 든 어머닌 불두화 만개한 장독대
정화수 안에 달을 띄우고
증손자 홍복을 기원하고 계실 것이다
해와 달이 자전의 율법으로 보살핀 지구에서
둥근 체위로 얽혀 둥근 사람으로 오는
저 눈시울 븕어지는 축복의 발현,
태어진다는 건 꽃잎 한 장 벙그는 일에서
작은 미물에 이르기까지
씨, 알,의 기원을 지녔음이니
둥글다는 건 오묘하고 상서로운 영성(靈性)이 아니겠나
한국재경신문 2008년 8월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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