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일암 / 최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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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일암
최정신
고개를 꺾어 석굴에 담긴다
번뇌를 벗은 고무신에 든 가랑잎 한 장
바람의 행적을 섬돌 위에 내려놓는다
파르란 이마 비구니 합장이 적요를 가른다
불생불멸, 반야심경 이백육십 자, 목탁소리
관음전 木살문을 나선 오색체운이 금오산 구릉에 무심경을 전한다
소망도 지극하면 성불이 되리니,
한 탯줄 연리목으로 엉기고 설킨 동백낭자와 후박사내
전(前)생에 못다 이룬 사랑이 장좌불와, 가인(佳人)의 환생이다
바위 틈을 가른 길이 신기루 발현 같아
사람이 사람을 밀어 풍경 한끝에 담긴다
범종의 흐느낌은 잠시 젖는 소나기라고
옛 일은 보내는 게 아니고 오는 거라고
시린 물빛 공양받아 궂은 내아(內我) 헹구던 날,
집착으로 채운 쪽배 한 척 먼 바다로 띄운다
삼보일배 돌산 끄트머리를 향해 걸음마를 떼는 거북 등에
천 년을 채록한 뭍의 소망이 다닥다닥하다
갯벌문학 15호 여성 시인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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