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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산벚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231회 작성일 23-10-28 09:03

본문

 

이삼현

 

 

갈라지고 타는 가물에 소식도 없이

어머니, 하고 장대비가 들이치면

오메, 내 아들 왔능가 반색하며

찰박찰박 빗길을 달려 나오는 맨발

 

배고프지아 쬐끄만 지달래라 

빗속에서 두 팔을 걷어붙이고

아껴둔 모종을 찾아 옮겨 심는 손길이 신명났다

묵은지를 심고 달랑무를 심고

오목조목 생선토막과 풋고추도 심고

된장국에 고봉밥을 북돋아 차려낸 밥상

 

한 가지밖에 가꿀 줄 모르고

거둘 줄 모르는 노모가

밥상머리에 쪼그려 앉아

꿀떡꿀떡

아들 목으로 넘어가는 단비 소리를 듣는다

 

하얗게 그을려 찾아드는 옛집에

아들은 가랑비 되고 노모는 보슬비 되어

서로를 촉촉이 적셔주는 밤

금세 해갈은 되었지만

날이 새도록 그치지 않을 비가 내린다


- 이삼현 시집 <봄꿈> (생각나눔.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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