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고백 =권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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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7회 작성일 24-07-25 20:49본문
또 다른 고백
=권혁웅
무슨 선형동물이나 되는 듯이 입안에서 꼼지락거리는 것이 있었습니다 오래전 지층처럼 하악(下顎)이 벌어졌습니다만, 알다시피 무척추동물은 화석이 되기 어렵지요 진흙이나 자갈을 부어 입구를 막은 것은 아니라 해도 저 습곡 안에 사는 동물은 소심한 것이 분명합니다 아니라면 동굴 생물처럼 맹목이어서 들숨과 날숨 사이에 숨어 안팎을 가늠하고 있겠지요 아무래도 횡격막 위쪽에는 사연의 저장고가 있고 우기가 지나간 다음에는 창고 대방출이 필요한 고백기(告白期)같은 것이 있나 봅니다 그것도 아니라면 자웅동체인 저 동물, 스스로 얽혀 무슨 입맞춤이라도 흉내 내려는 것인지요
문학과지성 시인선 384 소문들 권혁웅 시집 97p
얼띤感想文
하루 일기를 시처럼 쓴다면 어떻게 써야 할까? 하루 있은 일을 묘사한다면 말이다.
입추가 가까이 온 것 같습니다 거리를 거니는 곳마다 강아지풀 보이는데 보들보들한 것이 자꾸 억세지는 듯합니다 저도 가을이라 소리 내지요 소리뿐이겠습니까? 손 내밀었더니 그새 익어 갑니다 우물거리듯 바람은 향수로 몰고 오더니 그만 골막에 곧장 쌓이곤 합니다 이도 저럴 것이 하루 사행 길 밥과 물만 마시다가 구절양장九折羊腸 속 다 태웠던 재만 있습니다 소 끄집어 올리려다 그만 지붕만 내려앉은 꼴이지 뭡니까 흰 밥 족히 담은 그릇도 잡지 못해 그만 놓치다가 미약한 손마저 사금파리에 긁히고 말았습니다 한들한들 새 나오는 선혈 빛에 그만 정신이 번쩍 들었더이다 稀稀 오래 닳은 붓은 꼬꾸라지고 혼미한 정국에 무엇으로 염색하면 좀 나을는지 도통 분간은 안 가고 울창한 수목에 휩싸여 정신만 버려 놓았습죠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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