녘 =오병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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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5회 작성일 24-07-27 18:59본문
녘
=오병량
눈 언저리에 맑은 피가 번지면 노을이 지는 것이다
정신이 들게 나를 깨우는 종소리, 상대의 이마는 잘생긴 편이다
바세린을 바른다
귓불에 달라붙는 샌드백 터지는 소리 모래가 저무는 볕을 받으며 내려앉고 있을까,
헤드기어를 끼면 울상이 된다
조용한 숨들이 링 위에 누워 천장의 조명을 바라본다 가는 팔을 뻗어 거리를 가늠하는 세계
잠을 줄여야 한다
주먹에도 날이 있다 과녘이 서 있는 질서
왼쪽이 닿으면 오른쪽도 닿는다 그렇게 두드려서 겨우
저녁이 온다 침묵을 방관하면 훅하고 떨어지는 마우스피스
멍이 든 눈가에 날계란을 굴리며 계단을 내려오는 혈투 싸늘한 시신을 들 것에 실어나르는 관계자들 만원 관중이 빠져 나간 후, 긴 체인을 걸어 닫는 경비원의 무거운 열쇠가 있다
닫힌 문을 두드리며 땀 그리고 열정, 관장이 하얗게 익은 수건을 던진다
문학동네시인선 212 오병량 시집 고백은 어째서 편지의 형식입니까? 051p
얼띤感想文
근래 시집을 읽고 있으면 특히 남성분이 쓴 책은 대부분 권투 장면을 연상케 하는 시가 꼭 한 편씩은 들어 있는 것 같다. 그만큼 어쩌면 세상 삶이 경쟁적이며 각박함을 느낀다. 이건 우리만의 가지는 특별한 환경일 수도 있다. 워낙 국토가 작고 인구 또한 한 경제에 소비경제를 이끌 만큼의 충족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시제 ‘녘’은 어떤 때의 무렵이나 방향을 가리킨다. 여기서는 시적 주체가 피해자로 보이고 시적 객체가 가해자로 닿는다. 서로 링 위에서 권투를 한다. 물론 그 링을 펼친 이는 가해자일 것이며 그 링을 만든 이는 피해자다. 그러니까 오지기 두들겨 맞도록 지은 피해자의 어떤 산물에 가해자의 주먹이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시는 서정이므로 가해자나 피해자나 단독 인물로 그려본다. 그러니까 거울 앞에 선 샌드백과 그것을 바라보고 선 샌드백이 서 있으며 삐죽 뻗은 주먹과 주먹을 휘날리며 단련한다고 보아야 옳을 것 같다. 여기서 몇 가지 시어를 보면, 종소리 물론 종소리지만 씨 종種, 마루 종宗, 좇을 종從, 종려나무 종棕, 물소리 종淙, 발꿈치 종踵, 권할 종慫, 즐길 종悰 수없이 많다. 그것뿐일까 순우리말 종놈이라 할 때 그 종도 있듯이 송찬호 시인의 ‘모란이 피네’를 읽어보면 그 종소리의 의미를 좀 더 잘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왼쪽이 닿으면 오른쪽도 닿는다. 오른쪽이 닿으면 왼쪽이 닿는 것이 아니다. 아무래도 왼쪽 세계에 대한 의식으로 보인다. 멍이 든 눈가에 날계란을 굴리며 계단을 내려오는 혈투, 날계란은 아직 깨어나지 않은 현실 세계를 반영하며 이것 또한 하나의 공처럼 구체를 형성하지만 터뜨리면 죽음을 맛볼 것 같은 위태함을 느끼게 한다. 땀 그리고 열정, BTS의 피땀 눈물인가요? 그냥 써본다. 갑자기 떠오른 오른쪽의 환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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