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김이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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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김이듬
“공부 열심히 해. 내가 누구 때문에 사는지 알지?”
한 여인이 전철 안에서 통화한다 아마도 전화기 너머 자기 자식에게 묻는 것 같다 자식이 받을 부담감이 통째로 내게 건너온다
강이 보인다 잠실철교 위다 대낮이다
나는 무슨 공부를 하나 누구 때문에 사나
밀린 월세 받으러 간 주인이 발견하게 된 싸늘한 존재처럼
아무도 없이 죽어가도 될까 이렇게 살아도 될까
다른 누구 때문에 살면 삶의 까닭이 선명하겠다 묵직하고 무섭겠다
그리운 이는 물 건너 혼자 외로이 있는데
포기할 수 없는 게 내겐 있는지
차라리 살고 싶을까 나 때문에 사는 사람이 있다면
나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문학동네시인선 204 김이듬 시집 투명한 것과 없는 것 156-157p
얼띤感想文
삶이란 무엇일까? 이 시의 내용처럼 다른 누구 때문에 살면 삶은 까닭이 선명하겠다. 그러나 그 삶은 또 한 편으로는 묵직하고 무섭다는 것도 사실이겠다. 그리운 이는 물 건너 혼자 외로이 있는데 포기할 수 없는 게 내겐 있을까? 다 배춧잎에 얹은 구름 때문이다. 어찌 된 일인지 사회는 세월이 더할수록 점점 경쟁적이다. 불과 십여 년 전만도 해도 포장마차에 소주 한 잔 기울일 때가 있었다면 점점 골목과 골방과 골수에 집착한 삶이 되어 버렸다. 거리는 온통 외국인들로 붐비고 가게는 그들이 운영한다. 이방인이 되어버린 지금, 무엇에 희망을 심으려고 해도 소비가 마땅하지가 않다. 폐업이 빈번히 일어나는 골목에서 한 학기 시작을 알리는 듯 이미 문 닫은 자리 누가 들어오나 보다. 말끔히 청소하며 가게를 정리하는 사람들 그러나 저들 또한 얼마나 버틸까? 내일에 대한 희망이다. 지금 나에게 주어진 삶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내일에 대한 희망의 불씨는 가졌는지? 세상은 잠실철교다. 세상 이치가 눈에 보인다면 이유 없는 구름이 있을까? 앞을 가늠할 수 없는 안갯속 같은 세상, 오늘도 저 어두운 강물에 내일을 위한 검정 바둑알 하나 놓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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