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 동북 하늘 찍어누른 장군의 형태에 홀리다 =강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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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 동북 하늘 찍어누른 장군의 형태에 홀리다
=강 정
창밖이 문득 뭉툭하여
노래를 창(槍)삼아 기별을 던졌다
슬퍼하면 할수록 근육만 굵어지는구나
살아 우뚝 서본 자라면 죽어 구부러질 것이고
죽어서야 우뚝 선 자라면 삶을 다시 구부릴 것이다
걸음이 산 사람의 두 배 빠르니
흘깃 본 낯선 이의 두 눈도 평생토록 가슴 아릴 칼자국으로 입을 털게 될 것
사랑하기에 이미 죽어
죽음 뒤의 그림 속에서 천하를 꿰뚫을 것
그렇게 생각하니 삶이 끝없다
그렇게 생각하니 오늘이 이미 내가 죽은 날이다
나는 그저 지나가는 자동차와 울컥거리는 구름떼와 용쓰며 죽어가는 꽃을 봤을 뿐이다
방금 지나쳐온 청계천 물줄기가 내 핏줄보다 얕고 혼탁하다 여겼을 뿐,
나는 그저 산비탈에 빛나는 사람의 집들이 흐너져가는 도깨비불투성이라 짐작하지도 않았다
참모의 칼에 뒷목을 강탈당한 그 어떤 장군의 이름은 죽을 때까지 다시 짓진 못할 듯싶다
문학동네시인선 211 강 정 시집 웃어라, 용! 022-023p
얼띤感想文
서기 2024년 여름, 창과 방패를 둘러메고 선 한 백제인이 서 있었다. 그는 허공에 계단을 만들었고 옥상에 우글거리는 땡볕을 받들었다. 대낮 구석구석 날아다니는 잠자리 떼와 떨어지는 허기는 한 사발로 공허만 더 채울 뿐 살아 있어 산 것이 아니었고 죽으라 죽을 수 없는 육중한 문만 두드리고 있었으니 그 내면의 연못을 빠끔히 들여다보기로 했다. 안방에 앉은 이가 있었고 시중드는 물결이 있었다. 한쪽 구석에는 침대가 놓였는가 하면 물결 하나가 대야에 찬물을 담아 나르는 이도 있었다. 상투는 신발을 벗어 재껴 두고는 발을 담가 하루 일을 생각하느니 그는 과연 누구며 꿈꾸던 세계는 또 무엇이었을까?
한성 동북 하늘 찍어누른 장군의 형태에 홀리다. 서울이 아니라 한성이라 하니 옛 백제인의 수도였다는 것에 시는 착안한다. 동북 방향, 늘 혁명은 동북 방향의 세력들에 의해 이루었고 이것을 찍어누른 장군의 형태는 시 주체적 성격을 드러내고 있다. 시가 간혹 독백이라 여겨지는 것은 아무래도 서정성이 짙기 때문이 아닐까!
창밖이 문득 뭉툭하여 노래를 창(槍)삼아 기별을 던졌다. 시의 전체적인 흐름은 마치 봉건적인 왕조 시대의 풍을 잇는다. 아무래도 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자동차에 대한 언급이다. 물론 시인은 이에 대한 특별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지만, 고전적인 맛은 여기서 좀 확 떨어지기에 어떤 일관성에 흐려지는 감도 없지 않아 있었다.
이 시에서 재밌는 부분이 있다면, 살아 우뚝 서본 자라면 죽어 구부러질 것이고 죽어서야 우뚝 선 자라면 삶을 다시 구부릴 것이다. 시의 生命力을 표현한다. 신 아직 열두 척 있사오니 이순신의 장계狀啓가 떠오른다.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고 죽자고 하면 살 것이다. 그렇다. 자연이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흐름을 즐기는 일, 구태여 쓴다고 쓰이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여기서 시인께서 다룬 시어 몇 개를 본다. 청계천, 시 객체를 상징한다. 맑고 푸르며 계곡진 흐름이다. 무언가 서툴고 맹맹한 이미지까지 떠오르게 한다. 청계천과 대조를 이루는 시어가 있다면 한성이겠다. 그리고 도깨비불 까닭 없이 저절로 일어나는 불 그것도 밤에 무덤에 축축한 땅에 말이다. 참모의 칼에 뒷목을 강탈당한 그 어떤 장군의 이름은 죽을 때까지 다시 짓진 못할 듯싶다. 물론 자화자찬으로 들린다.
부여에서 고구려 고구려에서 백제 백제인 그들은 한성에서 웅진으로 천도하였다가 사비로 간 사람들 그리고 제를 넘어 일본으로 갈 수밖에 없었던 혼을 생각해 본다. 백제는 22담로라 해서 지금의 다국적 기업처럼 발해만과 중국 산둥성과 광서성 요족 자치구를 넘어 일본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지배한 영토는 광활했다. 만리장성의 그 시작점은 중국 산해관이다. 지금 신의주와 근접한 단둥 호산에 이른다. 이는 중국 정부 동북공정의 일환이었다. 중국 모 역사학자의 말 고구려와 발해는 중국의 지방정권이었다고 한다. 이는 앞으로 통일 한민족에 대한 발 빠른 작업으로 볼 수밖엔 없는 일,
아무튼, 시는 조선의 사대사상과 일본의 식민사관으로 우리의 역사를 왜곡과 축소에서 아직 못 벗은 점에 소히 안타까움에 대한 발로로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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