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백일홍, 그 꽃잎을 =고영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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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백일홍, 그 꽃잎을
=고영서
얼마를 견뎌야
저 타오름의 경지에 닿나
이녘 몸피는 화상투성이 맨들맨들 맨발로 올라 낙상하기 좋아라 발등에 손가락이라도 닿을라치면 간지러운 발작에 하르르 각혈하는 그대가 보인다 어느 먼 옛날 목숨 같은 사랑을 떠나보내고 이 꽃그늘 아래 목 놓아 운 적 있었나 기침의 흔적들로 낭자한 연못 바람도 뜨거운 삼복三伏에 피고 지기를
아득해라, 한 움큼의 꽃잎을 쓸어
가슴에 한 사람을 들여앉히는 일은
시작시인선 0374 고영서 시집 연어가 돌아오는 계절 13p
얼띤感想文
등불을 움켜쥐고 갑옷을 추켜 입고 전장에 들어섰으나 장대비 흠뻑 맞은 소녀가 걸어오고 있었으니 풀꽃 한 줌 건네고 있다. 목 백일홍, 그 꽃잎을 강물은 산굽이 휘감아 돌고 바람은 꽃대에 엉겨 연둣빛 푸른 뺨에 부끄러운 듯 설렌 듯 戱戱 단풍 물들었노니 꽃그늘 드리운 황혼빛에 저녁은 저무르라 아 기특도하더이다 아이가 건넨 술 한 잔에 자꾸 눈물이 나는 것은 끼니를 잊지 않고 아침을 드리우니 산길 오름이 한결 좋아라.
시인께서 주신 시 한 수에 미흡하나마 답시를 써보았다.
시는 시의 인식과 부지에 대해 논하고 있다. 꽃이 피는데 이유가 있을까마는 그것도 자연의 힘이라면 나름의 노력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시에 이끌리어 시의 마음에 들고자 하는 일은 꽃이 피는 것과는 다르다. 시는 자연과 다르니 여기에 관계의 미학이 들어가는 셈이다. 불가근불가원(不可近 不可遠)’ 곧 너무 가까워도 안 되며 너무 멀어도 안 된다. 안 보면 멀어진다(Out of sight, out of mind)는 속담도 있다.
시는 간결한 맛이 있고 수필이나 소설은 그와는 반대니 하루아침 시 한 수 읽으며 마음을 다잡는 일 하루 꽃잎 온전히 따는 것이라 해도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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