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리티 =김이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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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리티
=김이듬
해변으로 떠내려온 나체가 있다
익사체를 구경하는 사람이 있다
정말 진짜 같아
누가 사람인가
단골 술집에서 나온 사람이 눈밭에 쓰러진 사람을 보았다
이 세상에 믿을 게 없어요
이것은 노래인가 아우성인가
지하철 알루미늄의자에 앉아 그는 외국에서 올 여자를 상상한다
무료배송으로 도착할 진짜 여자의 촉감을 기대한다
인터넷 쇼핑몰 뒤져 걸스카우트 유니폼을 고르고 있다
말을 하는 여자는 피곤해
지난번 여자는 해변에 데려가서
여섯 개의 조각으로 손쉽게 버렸다
분리수거 봉짓값을 벌었다
문학동네시인선 204 김이듬 시집 투명한 것과 없는 것 022p
얼띤感想文
시제 ‘리얼리티’는 시의 실재성이자 현실성을 논한다. 다시 말하면 현재 실제로 존재하거나 실현될 수 있는 성질이다. 시를 얼핏 읽으면 뭔가 좀 섬찟하게 와 닿는다. 그러니까 인간성은 아예 배제된 남자의 욕구를 까발리는 일처럼 말이다. 이는 사회의 한 단면을 고발한 것이며 실재 우리 주위에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엄연히 우리는 글을 읽고 있다. 시맥 차원에서 살펴보아야 할 글이며 시에 닿는다면 사회에 대한 어떤 고발성은 조금은 관용적이라고 할까? 마음의 한쪽은 가라앉힐 수 있지 않을까,
시의 단편적인 내용은 3부분으로 나뉘고 첫 번째 얘기가 마지막 얘기와 연결된다. 첫 번째 얘기는 해변으로 떠내려온 나체가 있었고 이를 구경하는 사람이 있다. 진짜 같다는 말, 그러니까 가짜라는 말이다. 마네킹이다. 하나의 성적 도구일 수도 있는 자에 못 미친다. 자는 여자든 남자든 관계없다. 동성연애자도 있으니까,
두 번째 얘기는 눈밭에 버려 놓은 사람이다. 이 또한 가짜다. 세상에 믿을 게 없다. 어째 이런 걸 버려서 하며, 한탄하는 듯 들린다. 이게 노래인가 아우성인가? 묻는다. 그러니까 이게 시야 뭐야 이런 걸 어째 썼어 버려졌을까? 오죽하면 독자가 버렸겠어, 이런 말이 내포한 듯 들린다. 참, 단골 술집도 재밌게 읽힌다. 단골, 골목, 앵두, 연두 戱熙 술집, 각종 언술이 들어간 집처럼 말이다.
세 번째 얘기다. 지하철 알루미늄의자에 앉아 그는 외국에서 올 여자를 상상한다. 그것도 무료배송이며 진짜 여자의 촉감을 기대한다. 심지어 인터넷 쇼핑몰 뒤져 진짜 여자의 촉감을 느끼고자 유니폼까지 고른다. 정말이지 말을 하는 여자는 피곤해하며, 피상적으로 읽었든 아니면 사회의 한 단면을 고발한 것이든 내용은 그렇다. 그러나, 지하철 알루미늄의자는 시의 고정 불변적 성질을 나타낸 것이며 외국에서 올 여자는 바깥에서 올 문자(시집)다. 요즘 예스24나 다른 쇼핑몰 또한 할인에다가 무료배송하기까지 한다. 워낙 주문을 많이 하니 회원 특혜까지 준다. 걸스카우트 유니폼은 뭘까? 걸은 자다. 스카우트는 기술을 상징한다. 시 해설집이나 시론서 한 권 고르고 있다. 이참에 시 공부 제대로 해봐야겠다. 말을 하는 여자는 피곤해, 시는 정말 피곤하기 짝이 없어
지난번 여자는 해변에 데려가서, 문자의 고장 바다다. 시장에 내다 판 것이 된다. 그것이 버렸든 판 것이든 아니면 정말 한 번 유희로 끝난 것이든 간에 여섯 개의 조각으로 손쉽게 버렸다. 시의 다의성이자 지향하는 목표지다.
분리수거 봉짓값을 벌었다. 시는 속일 수 없다. 분리수거 봉짓값이나 벌었나 모르겠다. 그러니까 인세라는 건 기대하지도 마라! 우리의 출판문화는 미국처럼 대국적 시장은 아니니까, 그렇다고 하더라도 문학은 관심사 최하위다.
이 시는 겉으로 읽으면 토막살인에다가 사체유기며 은닉하기까지 뭐라 할 수 없는 이미지를 심는다. 시인의 이름을 지울 수 없는 한 장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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