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 부근 =조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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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 부근
=조연호
그 입춘 부근은 너무나도 따사로워 나는 제방에 걸터 앉아 못 생긴 꽃의 꽃말을 외웠다. 아무도 떠나지 않은 자리에 마음이 머물던 자국만 남아 있다. 어떤 책을 펼쳐 읽어도 마음 좋은 청춘은 만날 수 없던 날, 들풀이 머리칼처럼 야윈다. 늙은 개암나무 곁에서 허리를 굽혀 봄볕의 마음을 줍는다. 내가 꽃말을 외울 때마다 거짓으로 잎순이 부풀어 올랐다. 가난한 애인과 함께 부자의 마을에서 헤픈 상대방이 되고 싶던, 내 그리움이 가시에 찔려도 터지지 않았다. 따사로운 나무둥치들이 어린양처럼 매매 울며 어미 숲을 부른다. 쑥 냄새 나는 길을 걸었고 그 길가에 호들갑스레 꽃 피고 여동생의 책가방에서 화장품이 쏟아졌다. 찌처럼 조용히 그늘 위로 머리만 내민 봄볕은 자기를 물고 어둠 밑으로 순식간에 내려갈 바람의 입질을 기다리고 있었다.
문학동네포에지 016 조연호 시집 죽음에 이르는 계절 47p
얼띤感想文
시제 입춘 부근, 그러니까 어느 봄날 그 근방에 있었던 일을 시로 형성화한 작품이겠다. 사실 그러한 경험적이지 않아도 시적 소재로 다뤄질 수도 있는 작품이다. 아마, 시에 대한 맹렬한 사랑이 없다면 읽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마치 도돌이표처럼 오가며 검정이 아닌 흰색만 깨끗이 썼다가 말이다. 그러면 시 말의 전 말을 아래와 같이 하나씩 뜯어 본다.
그 입춘 부근은 너무나도 따사로워 나는 제방에 걸터앉아 못생긴 꽃의 꽃말을 외웠다. 입춘이라 하면 봄이다.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상황을 말하는 것이고 따사롭다는 말은 시 인식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러나 시는 제방에 걸터앉아 있으니 속마음은 모르는 것이 된다. 제방, 둑에 가로막혀 있는 상황을 묘사한다. 거기다가 못생긴 꽃의 꽃말을 외웠다. 뭔가 통하기라도 했으면 이쁘기나 하지, 동문서답에 학을 뗀 것이다.
아무도 떠나지 않은 자리에 마음이 머물던 자국만 남아 있다. 그러니까 시 객체는 시를 이해하지 못하고 잠시 머물다가 간 것이다. 아무도 떠나지 않은 자리는 어떤 자(者.字)들도 움직이지 않았다.
어떤 책을 펼쳐 읽어도 마음 좋은 청춘은 만날 수 없던 날, 들풀이 머리칼처럼 야윈다. 시 객체와 인식, 통하는 것이 있다면 마음은 날아갈 것이다. 시에서 청춘이란 새파랗게 읽거나 집중력을 대신한다. 들풀 역시 초록이며 머리칼은 검정을 상징한다. 야윈다는 말, 함기석 시인의 ‘유리창’에서 쓴 유리창엔 가늘고 긴 유리의 손과 흡사하겠다. 그러니까 보통에도 미치지 못한 어떤 그 무엇이 된다.
늙은 개암나무 곁에서 허리를 굽혀 봄볕의 마음을 줍는다. 늙은. 이는 죽음에 이른 시적 표현이다. 개암, 개와 암이 함께 어우러진 단어로 짓는다+전염 적 혹은 병적인 요소를 가미한 시어다. 봄볕의 마음을 줍는다. 시 객체와의 인식 과정을 묘사한다.
내가 꽃말을 외울 때마다 거짓으로 잎 순이 부풀어 올랐다. 이는 시 객체의 시에 대한 표현력이다. 객체가 내뱉은 말은 꽃말이 되며 거짓으로 잎 순이 부푼 것은 시에 대한 부지를 설명한다.
가난한 애인과 함께 부자의 마을에서 헤픈 상대방이 되고 싶던, 내 그리움이 가시에 찔려도 터지지 않았다. 가난하다, 시에 빈약함을 이른 것이며 부자의 마을은 시 주체며 헤픈 상대방은 무엇이라도 내주고 싶은 마음은 있었으나 이걸 받아먹지 못한 상대와 함께 있음을 축약한 것이 된다. 그러니까 내 그리움이 가시에 찔려도 터지지 않았다.
따사로운 나무둥치들이 어린양처럼 매매 울며 어미 숲을 부른다. 나무는 시 객체다. 따사롭다는 데에서 아직 떠나지 않음을 알 수가 있고 어리다- 미숙함을 뜻하며 양은 징검다리이자 볕이며 바다이기도 하고 길러야 할 대상이며 버들버들이며 모양이었다가 본이었다가 사양하기까지 한 시 객체를 함축한다. 매매는 사고, 팔며, 새벽이자, 늘, 묻은 것이기도 하고 도깨비며, 누이며, 줄기를 상징한다. 어미 숲 역시 검정을 상징하나 양과는 차원이 다름을 알 수 있다.
쑥 냄새나는 길을 걸었고 그 길가에 호들갑스레 꽃 피고 여동생의 책가방에서 화장품이 쏟아졌다. 쑥은 너무 어리석거나 순진한 사람을 비유한다. 말이나 하는 짓이 야단스럽고 방정맞은 일을 호들갑스럽다고 표현한다. 꽃 피고 이는 어찌하든 간에 닿은 시 객체가 있었다면 여동생은 나 다음에 태어난 자(者.字)며 책가방, 무엇을 담을 수 있는 상징적 시어임에는 틀림이 없고 화장품 무언가 그릴 수 있는 도구를 상징한다.
찌처럼 조용히 그늘 위로 머리만 내민 봄볕은 자기를 물고 어둠 밑으로 순식간에 내려갈 바람의 입질을 기다리고 있었다. 찌는 종이쪽을 뜻하기도 하고 방언으로는 젓가락이나 똥을 낚시 용어로도 쓰는 단어다. 여기서는 생각하기 나름이다. 자기를 물고 어둠 밑으로 순식간에 내려갈 바람의 입질을 기다린다. 즉 지면에 입춘을 대하며 어떤 형상을 그려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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