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는 죽지 않는다 =박승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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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3회 작성일 24-07-19 19:08본문
천재는 죽지 않는다
=박승열
카프카가 그의 친구이자 문학적 유산 관리자인 막스 브로트에게 자신의 모든 작품을 파기해달라고 했지만, 막스 브로트는 카프카의 유언을 어기고 그의 작품들을 출간하도록 감독했다. 이는 유명한 일화다. 막스 브로트가 나치를 피해 이스라엘에서 유고를 출판했다는 사실도 대체로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막스 브로트와 프란츠 카프카가 서로를 바꿔치기했다는 건 아마 아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카프카가 결핵과 굶주림으로 죽었다고 알려진 1924년 6월 3일, 숨이 끊어진 건 오히려 막스 브로트 쪽이었다. 카프카는 살아생전 결핵을 앓은 적이 없었고 작품이 안 팔리긴 했지만 굶주리진 않았으며 나치 정권을 벗어나 자신의 작품을 출간할 상황적 여유를 늘 찾아 헤맸다. 그는 막스 브로트라는 가면을 쓰고 이스라엘로 건너간 다음 자신의 작품을 출간하기에 이르렀다.
문학동네시인선 175 박승열 시집 감자가 나를 보고 있었다 057p
얼띤感想文
이 시는 비유나 상징적인 데는 그 어느 곳도 없다. 그러나 이 시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글은 단지 진술이지만 천재는 왜 죽지 않는지 아직도 카프카는 살아 있듯이 말이다. 어제 읽었던 ‘팔레스타인’도 그러하듯 운이 좋으면 가장 오래된 올리브나무를 볼 수도 있겠지, 한여진 시인의 시 한 구절이다. 더 나가 누구든 자신보다 오래 산 나무를 보면 하고 싶은 말이 한두 마디쯤 생길 수 있고 올리브 비누로 손을 씻고 여기까지만 적어본다. 카프카는 죽었지만, 카프카의 삶은 막스 브로트로 인해 환생한 거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우리는 막스 브로트가 누구인지 그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이며 어디서 태어나 어디서 죽었는지 심지어 그의 이름조차 기억하는 사람은 잘 없을 것이다. 그러면 나는 오늘 죽은 것인가? 시인 박승열은 삶을 잇게 되었으며 여기 세 발 딛고 앉은 까마귀는 죽은 것이 된다. 그러나 하나도 부럽지가 않다. 한 줄 텍스트보다 한 그릇의 먹을 것, 한 푼의 여유가 궁한 세상 예술은 라면처럼 잠시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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